[ 경제쟁점 ''국가부채 이렇게 생각한다'' ]

정부 여당과 야당이 4.13총선을 앞두고 국가채무등 민감한 정책 사안을 놓고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의 주장이 너무 달라 국민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쟁점이 되고 있는 국가채무 국부유출 은행퇴출위헌문제등 3가지의 실상과 여야의 공방을 집중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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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과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부채규모가 300조원이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보증채무와 묵시적 부채를 국가채무에 포함시키느냐 여부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IMF 기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국가가 차주로서 직접 상환의무를 지며 상환금액이 확정된 채무라고 주장한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이 기준대로라면 국가채무는 1백8조1천억원이다.

그러나 개인이 은행에서 직접 빌린 돈 못지않게 친구 빚을 보증선 경우 친구가 빚을 갚지 못하면 대신 갚아줘야 하기 때문에 보증채무역시 잠재적 채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부채가 4백조원을 넘는다는 한나라당 주장은 이런 경우등을 모두 감안한데서 나온다.

한나라당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2가지다.

먼저 90조원2천억원에 이르는 정부보증 채무문제다.

보증채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구조조정채권(20조5천억원)과 예금보험기금채권(43조5천억원)은 당장 이자만 연간 8조-10조원 부담하고 있고 회수전망도 불투명해 보증채무를 공식 국가채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국가채무는 2백2조원으로 GDP의 42.1%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에서 얼마전 만든 자료에 보증채무를 국가채무에 넣었으면서도 이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자 이를 외면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국민연금의 잠재부실 1백86조원과 추가공적자금 투입예상액 20조-40조원 등 묵시적 채무를 포함할 경우 국가채무는 408-428조원이라고 주장한다.

국민연금등 각종 공적 연금의 부실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연금은 구조를 바꾸면 부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채무에 고스란히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무리가 있다.

정부 여당이 펄쩍 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먼저 보증채무를 공식 국가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을 뿐아니라 회수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한나라당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구조조정기금의 경우 회수율이 1백%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연금부실 등 묵시적 부채는 정부정책에 따라 부실여부가 달라지는 미확정 부채로 이를 국가채무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세계 어느나라도 묵시적 채무를 국가채무로 보는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기준에 따른 국가채무 1백8조1천억원은 GDP대비 22.3% 수준으로 OECD 국가의 평균인 69.5%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2003년까지는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어 빚을 갚아 나가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여야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통계상으로는 정부 여당의 주장이 맞으나 국가부채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채무는 규모 뿐아니라 증가속도, 향후전망과 상환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이미 GDP대비 7%의 재정적자를 보였고 향후 3년간 8%의 적자를 추가로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국가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국채이자 갚는데만 예산의 10% 가까이 쓰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주장이다.

서강대 조윤제 교수는 "재정구조와 이자율 등 재정여건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단순히 GDP대비 부채비율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같은 규모라도 이자율이 각각 1%와 5%에 불과한 일본,미국과 10%에 이르는 우리나라와는 상환능력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국가부채 관리에 위험요소가 분명히 있는 만큼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재정부실이 원인이 돼 IMF 구제금융을 3번이나 받게 된 멕시코의 경우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는 이제 부터라도 국가부채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놓고 정책대결을 벌이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 같다.

최경환 논설.전문위원 kghwchoi@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