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낭비하는 습관을 "물 쓰듯 한다"고 말하는 우리는 오늘도 물을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싸구려 재화로 여기며 낭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은행(IBRD)이 "20세기의 국가간 분쟁이 석유 때문이었다면 21세기는 물 분쟁 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듯 물 부족은 이미 세계적인 과제가 됐다.

지난 주부터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물 포럼"은 "현재 30억명의 인구가 위생급수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불결한 물로 인한 질병으로 매일 5천명의 어린이가 사망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도 해마다 되풀이되는 낙동강의 수질오염,대구의 위천공단을 둘러싼 상하류간 갈등,물이 모자라 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주지 못하는 김포와 용인시,일부 공단의 용수부족 사례 등에서 보듯 이미 물 부족현상이 심각하다.

유엔의 국제인구행동연구소도 진작부터 우리나라를 리비아와 이집트 모로코 등과 함께 물 부족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연간 용수 사용량은 3백37억t으로 공급능력(3백44억t)에 2%의 예비율이 있지만 오는 2006년부터 연간 4억t,2011년부터는 20억t의 물이 모자란다는 것이 정부의 장기 전망이다.

우리의 연간 강수량은 1천2백74mm로 세계 평균(9백73mm)의 1.3배가 되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평균치(2천7백55입방m)는 세계 평균(2만2천96입방m)의 12.5%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강수가 장마철에 집중돼 수자원의 60% 이상을 그대로 바다로 흘려보낸다.

그럼에도 1인당 하루에 공급하는 수돗물은 3백95l로 영국(3백23l) 프랑스(2백81l) 일본(3백57l)을 웃돌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급은 늘리고 수요는 줄여야 한다.

그러나 장마철의 강수량을 가둬둘 수 있는 댐 건설사업은 생태계 보호를 앞세우는 국민들의 반대로 한계에 다다랐다.

수요관리의 중요성이 그만큼 더 중요하고 절실해진 셈이다.

그런 점에서 상하수도 요금을 생산원가의 80~95% 수준으로 올리고 누진율을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물도 아껴쓰지 않으면 안 되는 소중한 자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추가적인 가격인상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낡은 상수도관의 교체 및 절수기기와 중수도 보급의 확대,하수처리 시설의 확대 등 절약과 오염방지를 위한 막대한 시설투자 재원도 이를 통해 조달하는 것이 수익자 부담원칙에도 부합한다.

단순한 절약 캠페인은 구호로 그치고 만다는 사실은 이미 과거에 수없이 겪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