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10대 총통 선거에서 대만의 독립을 주장해온 민진당의 천수이볜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반세기 동안의 국민당 장기집권이 끝나고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세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했고 83%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점에서 대만의 민주화는 물론 동남아시아 인접국들의 정치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임을 강조하며 선거기간 중 천 당선자를 겨냥해 전쟁불사를 외친 중국의 위협이 오히려 그에게 도움이 됐고,집권당의 금권정치와 오직 등으로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천 당선자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음성적인 불법 자금살포가 여전한 가운데 신북풍과 병풍,관권선거 논쟁이 불거지는 혼탁한 우리 선거판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대만의 민주주의가 커다란 진전을 이룩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동북아 질서에 불안요인이 급증한 것 또한 사실이다.

중국은 최근 대만백서에서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거나 외국이 대만문제에 개입할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방침에 "대만이 통일을 위한 정치담판을 무기한 연기할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등 대만의 독립주장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러나 천 당선자는 중국과의 대화 및 평화유지를 강조하면서도 "홍콩이나 마카오처럼 하나의 국가 속에 다른 체제를 유지하는 일국양제 방식에 의한 중국측의 통일방안을 거부한다"고 분명히 했다.

당선자가 확정된 후 중국은 "대만의 지도자 선거와 그 결과는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며 천 당선자의 "말과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정을 밝혔다.

비록 무력위협이 없었다 해도 긴장의 팽팽함을 읽게 만드는 성명이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대만의 민주주의 저력을 평가하면서도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힘으로써 적극적인 중재에 한계를 드러냈다.

양안간의 긴장은 미국과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4자회담의 당사자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미간은 물론 중.일간 긴장도 커질 것이고 한국과 대만의 관계개선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대만 기업들이 중국에 많이 진출하는 등 경제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에 무력충돌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설득력은 있다.

주변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외교를 펼침으로써 국익의 최대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