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럽네요. 사람들이 너무 유치하다고 하지 않을까"

30대 중반을 넘은 "아줌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세련된 여자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애장품인 뮬란 도날드덕 포카혼타스 등의 만화주인공 인형들을 쏟아낸다.

힙합풍 패션 브랜드 "스포트 리플레이"(SPORT REPLAY)를 만든 디자이너 신명은씨(대현 인터내셔널 감사).

신씨의 옷은 97년 말에 처음 나와 지금까지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다.

신씨가 인형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지난 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림픽이 열리던 시기여서 그런지 스포츠를 주제로 한 인형들이 프랑스에 많이 나와 있었어요. 그때 그 인형들이 마음에 들어 사기 시작한 뒤부터 자연스럽게 인형 모으기가 취미가 됐죠"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하나 둘씩 사모으던 인형이 어느덧 1백30여개로 불어났다.

모두 서로 다른 곳에서 산 것들이다.

"집에 있는 진열장이 인형으로 가득해요. 그중에서 디즈티 캐릭터로 만든 스포츠 시리즈가 가장 애착이 가는데 아무래도 맨 처음에 샀던 인형이어서 그런가봐요"

신씨가 기억하는 재미난 일화가 있다.

여덟살 난 딸 지현이가 인형모으는 것이 취미인 엄마를 보고 "철없는 엄마"라는 제목의 일기를 썼다는 것.

하지만 이렇게 "철없는" 신씨의 취미는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큰 영향을 줬다.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자"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소비자의 즐거움을 먼저 생각한 신씨는 사업 초기에 "섹시 라이온"이라는 자체 캐릭터를 만들었다.

보기만 해도 자연스레 웃음이 나올 수 있도록 재미나게 만든게 이 캐릭터의 특징이다.

신씨는 이 캐릭터들을 갖고 게임 음반 팬시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갈 생각을 하고 있다.

"인형모으기와 함께 만화보기도 즐기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캐릭터 사업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던 셈이죠"

한국 최고의 스포츠 캐주얼 디자이너중 한사람으로 자리를 굳힌 신씨.

그에게는 뜻밖에도 소박한 소망이 하나 있다.

자신이 지금까지 소중하게 모아온 인형들을 사랑하는 딸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처음엔 인형이 지금보다 더 많았어요. 그런데 딸 친구들 친척들이 가져가서 이젠 이것밖에 남지 않았죠. 이 인형들은 모두 딸한테 물려줄 거예요"

신씨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젊은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렇듯 "순수한 생각" 때문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송종현 기자 screa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