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 정당들이 내놓았던 선거공약은 흔히 "공약"에 불과했다는 혹평을 받아왔다.

실현 불가능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각계각층의 호감을 끌어모으기 위해 온갖 대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함으로써 공적 약속을 저버리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4.13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제시하는 선거공약도 예외는 아닌듯 싶다.

지난 14일 발표된 민주당의 1백대 공약은 중산층과 서민경제의 활성화를 주축으로 한 경제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재원의 뒷받침이 불투명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면이 없지않다는 평가다.

이미 지난주에 공약을 발표한 자민련이나 오는 23일 1백19개 공약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의 총선공약도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제시됐던 내용들을 감안한다면 크게 다를바 없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견해다.

물론 선거공약이 장기비전과 바람직한 정책목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속성상 다소 낙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아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상호 모순되는 대안들이 제시될 경우 유권자인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할 것은 자명한 이치다.

더구나 여야 가릴 것없이 표만을 의식해 장밋빛 전망과 실현 불가능한 선심성 정책대안을 경쟁적으로 남발한다면 결과적으로 국민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크다.

따라서 각 정당들은 선거공약에 대해 선거기간중 충분한 설명과 구체적인 실행방안 제시등을 통해 유권자들을 설득시키고 믿음을 얻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 그러한 과정이 다름아닌 정책대결이다.

이번 총선만큼은 상대방을 흠집내고 끌어내리는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갖가지 현안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좀더 발전시킬수 있는 정책을 놓고 진지한 경쟁이 이뤄지기를 고대한다.

사실 기대에 못미친다고는 하지만 각 정당들이 선거공약을 발표하면서 정책대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자체는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기도 전에 지역감정 촉발과 색깔론 공방 등 혼탁양상을 보였던 선거판이 이제부터 정상화되는게 아니냐는 기대에서다.

이미 제시한 공약이라 하더라도 정책대결을 통해 잘못이 발견되면 수정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선거공약은 말 그대로 공적 약속인 만큼 선거후에는 지키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무리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억지정책을 마련한다면 그로 인한 비능률과 혼란은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유권자들이 정당간 충분한 정책대결을 갈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