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현 <고려대교수 산업개발연구소장>

최근 한국전력이 직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창의성을 가로막는 말"이 무엇인가를 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시키는 대로만 해" "규정에 있는 대로 해" "그런다고 월급 더 주냐" "다른 부서는 어떻게 했나 알아봐" 등의 말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보면서 광속도로 움직이는 요즘 같이 변화무쌍한 시절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21세기는 그야말로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 어떻게 해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남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을까.

상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거나 아니면 그냥 쳐다보고만 있으면 될까.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전혀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불확실성에 직접 몸으로 부딪쳐 보고 그것의 실체를 알기위해 만져봐야 한다.

그리고 불확실성을 해소시키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지금의 디지털 혁명시대에 부는 알고 있는 것을 완벽하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알려지지 않은 것을 남보다 한발 앞서 포착하고 이것에 도전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물론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은 이따금 실패도 낳는다.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한번의 큰 성공이란 아흔아홉번의 작은 실수와 실패 후에 오기때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따라서 우리는 각자에게 허용되는 쿼터만큼 실수와 실패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미국경제가 지난 10년 이상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디지털 경제시대가 올 것을 미리 내다보고 정보기술 인터넷 등에 대한 대대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한 데 힘입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 같은 연구단지 내에 공상가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었기도 하다.

편집광들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이들은 어떤 국가 어떤 기업의 구성원들보다 창의적 발상을 더 많이 하고 그만큼의 실수와 실패를 경험해본 사람들이다.

최근들어 미친 사람,정신나간 사람 소리를 듣지 않고 성공한 벤처기업 사장을 본 적이 있는가.

타임지가 1999년의 인물로 선정한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사장인 35세의 제프 베조스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라,그것을 즐겨라,그리고 세상을 바꿔라"라는 얘기를 즐겨 한다.

그는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독창적 사고 아래에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꿔 버렸고 이를 통해 이 분야 시장을 선점했다.

인터넷 경제시대에서 선점효과가 갖는 영향력을 재빨리 간파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빠른 흐름과 첨단기술의 개발로 제품의 수명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경쟁자와 대체품이 속속 출현해 기존제품과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일용품화( commodity )돼 가는 게 현실이다.

모든 분야에서 혁신과 창조가 일어나지 않고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선점을 통한 경쟁우위 창출은 경쟁자보다 먼저 더 많은 실패를 해보고 더 빨리 혁신을 촉진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실패를 용인하고 실패에 대해 문책을 할 것이 아니라 상을 줄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이 최근 방한했을 때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중소기업은 빠르고 민첩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큰 장점이 있다.
대기업은 실수와 실패를 좀 한다고 해서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우리는 작년에 백여건의 기업인수를 했는데 상당수는 완전실패였다.
그러나 실패했다는 것은 중요치 않다. 우리가 계속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나는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라고 격려하고 있다"

우리가 과거에 알고 있던 세상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가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선이 사라졌다.

산업간의 경계도 없어졌다.

이런 시대에는 지금까지 진행돼온 기존의 게임 룰을 완전히 바꾸어 놓겠다는 의지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그리고 새로운 분야를 선점하려는 공격수의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앞에 다음과 같은 세 종류의 기업이 있다.

뭔가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는 기업,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는 기업,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잘 모르는 기업.과연 우리는 어떤 기업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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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약력

=<>고려대 졸업
<>프랑스 리옹대 경영학 박사
<>저서:장기전략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