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열기가 뜨겁다.

뜨거운 것은 구조조정을 겪게 마련이다.

그러나 유능한 정부라면 발생할 수도 있는 구조조정을 예상하고 완충지대를 넓히도록 미리 준비할 것이다.

미국 벤처자본의 역사를 보면 사이클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 중의 하나는 벤처자본의 활황이 미국내 혁신거점들의 확산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세계경제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나 인도의 방갈로르와 같은 지역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르네상스 초기의 베니스와 같은 도시국가 시절과 유사하게 법적 행정적 차원의 지역이 아니라 지리적 차원의 거점에서 새로운 부 (wealth) 가 창출되고 있다.

국가별로 대표적인 혁신거점들이 있지만 우리는 내세울 만한 곳이 없다.

WTO가 출범하면서 정부는 민간주도 혁신시스템 구축을 강조하고 나왔다.

이 와중에서 야심적으로 시도됐던 것이 대학을 혁신시스템에 편입하자는 것이었고 지역적인 혁신거점들을 대거 육성하자는 것이었다.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창업보육센터 기술혁신센터 테크노파크 등을 정부가 들고 나왔다.

그러나 그렇게 의욕적이었던 이 사업들은 당시에는 한계가 있었다.

왜냐하면 혁신거점이 하루아침에 만들어 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종의 생태계처럼 제반 조건이 필요했다.

기업 대학 연구소간 협동이라는 것도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미국의 지역별 주요 혁신거점들의 분포는 벤처자본의 투자지역 분포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최근 미국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혁신거점들을 보면 벤처자본의 가용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강조된다.

지금 벤처창업의 열기와 벤처펀드의 증가에 거품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보다는 현재의 열기와 벤처펀드의 가용성이 현재 추진중인 각종 혁신거점의 내실화와 산.학.연 이해공간의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세제를 비롯 벤처기업과 관련한 지방정부의 정책적 선택폭을 확대해주는 것도 검토돼야 한다.

현재의 열기를 전국적인 혁신잠재력의 확충으로 조용히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앞을 내다보는 유능한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현실 전문위원 a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