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든 나라, 모든 기업, 모든 사람이 지식사회 구현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와 이집트 카이로에서 각각 모두 세계은행이 후원하는 제2차 국제지식회의와 제3차 지중해개발포럼이 각각 열렸다.

국내에선 국무조정실이 지난 8일 올해 각 부처 평가 기준을 지식사회 구현에 대한 기여도에 중점을 두기로 결정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9일 지식기반화사업 투자용 기금을 만들 뜻을 밝혔고 기획예산처는 그 이튿날 지식정보 마일리지 인사고과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 차원에서는 직제 구분 없이 기여도로만 급여를 달리 하는 신인사제도가 속속 채택되고 있고 이랜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내 최초로 지난 8일 지식자산표를 작성해 발표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들에게 좀 더 양질의 지식을 선사하고자 하는 조기유학 바람이 거세고 불고 있고 직장에선 더 높은 몸값을 호가하는 지식근로자가 되고자 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이 어수선하다.

한마디로 오늘날 세계인은 지식사회 엘도라도에 한 발이라도 먼저 닿고자 하는 조바심과 뒤쳐질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뒤범벅 돼 지식국가, 지식기업, 지식인을 향해 매진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종착점은 어떤 모습일까.

그 과정에서 겪게 될 갈등은 무엇일까.

우선 지식사회의 종착점부터 전망하자면, 이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형국이 될 것이며 여기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이는 "기업해체와 인터넷혁명"의 저자 필립 에반스와 토마스 워스터가 설명하듯이 "기업해체"와 "탈평균화" 때문에 승자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즉 종래 원료구매로부터 제품배달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창출 과정을 수직적으로 전부 영위하던 기업들은 인터넷의 확산 탓으로 각 세부 공정에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닌 기업들로 뿔뿔이 해체될 것이다.

이에 따라 종래 어느 한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분야에서의 경쟁우위로 평균적 능력을 발휘해 공존할 수 있었던 다수의 경쟁기업들은 좁은 분야에서 명확하게 승패가 갈리며 승자가 줄어들게 된다.

인터넷 확산 탓에 기업들이 해체된다는 점은 바로 지식사회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지식사회의 궁극적인 종착역은 모든 것의 개인화다.

이는 이랜드의 지식자산표에서도 나타나듯 개인소득이 개인별 능력격차가 470배까지 벌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아울러 개인화된 제품, 개인화된 정보, 개인화된 사업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GM이 2004년까지 완벽한 주문생산 체제를 갖추고자 하는 것이나 신문을 일일이 개인적 정보요구에 따라 만드는 신종 정보제공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자사주 매입.소각과 벤처행 이직이 봇물을 이루는 것이 이의 증상들이다.

이런 사회에 대해 일부 예견가는 현존 지식인들 중 다수가 스타급 지식인들이 "새도우 라이터(shadow writer)", 즉 그늘에 가린 필진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한편 최근 실리콘 밸리에서 나타나듯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근로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식사회의 종착역 모습이 이토록 암울하다면 그 과정이 또한
순탄할리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세 가지 대입양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지식소유권과 분배구조에 대한 다툼이다.

지금도 인터넷상에서는 남의 아이디어와 정보를 그대로 베껴 파는 일이 성행하면서 소송사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는 앞으로 계속 더 심해질 것이다.

이는 비단 남의 것을 도용하는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분배구조에 대해서도 일대 충돌사태가 예상된다.

특히 기존 사업에서 인터넷 관련 사업을 떼어내 만든 닷컴회사에
대한 소유권 분쟁이 예상된다.

이런 사업체들의 경우 그 내용물은 보통 분사 전의 기업 것이든지 또는 그 업적에 의존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기존 사업체가 고사될 위기에 처할 때 기존 사업체의 근로자들과 주주들은 신설회사에 대해 당연히 지분을 요구할 것이다.

둘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다툼이다.

비록 지식사회의 종착역이 결국 모든 근로자가 저스트 인 타임 근로자가 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는 근로자들의 계급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동일한 자격과 능력을 가졌지만 교수와 강사로 계급이 확연히 갈려 있는 현행 대학사회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셋째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대한 다툼이다.

직장이동이 가속적으로 빨라지고 소득의 등락이 심해지며 인생 주기 전체에서의 자금수요가 급변하면서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와 반발이 극명한 충돌사태를 일으킬 것이다.

이는 벌써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국론분열 현상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봤을 때 앞으로 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이 수행해야 할 중대 과제는 지식사회 구현을 앞당기기 위한 제반 조치를 충실히 실행해 가는 것 외에도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대립을 여하히 조화시켜 사회로서의 지속성을 유지해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신동욱 전문위원 shindw@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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