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여름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모 신문사에서 주최한 "시민을 위한 연예인의 밤 행사"에 수만명이 모였다.

일기예보가 "맑음"이라서 날씨는 걱정이 없었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천둥 번개와 함께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워낙 뜻밖의 일이라 순간 머뭇머뭇하던 관중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삽시간에 운동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좁은 출구는 한꺼번에 몰려든 인파로 미어터졌다.

질서를 유지해달라는 안내방송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몇 사람이 밀려 넘어지고,그 위에 수십명이 엎치고,또 수백명이 겹치고...

결국 그날 7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어떤 군인은 떨어진 모자를 주우려다 말고 도망쳤는데 3초만 늦었어도 죽을 뻔 했단다.

소나기를 맞아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보다 한발 먼저 나가려는 이기적인 심리가 똑같은 심리를 부추기고 또 부추기고...

결국 실체도 없는 군중심리에 짓눌려 어이없는 희생들을 당한 것이다.

군중심리는 이토록 무섭다.

주식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러한 집단의 심리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

대개 이를 우습게 보다가 크게 당한다.

소위 악재라는 것이 불쑥 나와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면 팔 궁리보다는 따지기부터 한다.

도대체 얼만큼 심각한 악재며 알마나 갈 것인가.

신문도 읽고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나뿐만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며 초조하게 반등을 기다린다.

모두 그만그만한 조물주의 작품인 까닭이다.

어느 한계점을 지나면 이제 주가는 술술 빠진다.

그래도 사람들은 과민한 반응이니,내재가치 중시니 하며 기어코 팔기를 거부한다.

심지어 바닥이니,지하실이니 하며 저점매수를 논하기도 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장면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주가는 이유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이유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불안에 불안이 꼬리를 무는 군중심리 때문인 것이다.

악재에 훅 (Hook) 한방 맞고 말 일을 결국은 악재가 몰고 온 집단 공포심에 KO펀치를 맞는다.

인간은 천성이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동물이다.

법이라도 없으면 어떤 일들을 벌일지 모른다.

법이 있다해도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어떤 행동이라도 할 수 있다.

한 두 개인이 아니고 집단이 결부돼 있으면 더욱 그렇다.

한 대학생의 죽음으로 발동된 수백만 시민의 군중심리가 서로 눈치만 보며 갈구해 오던 민주화를 이룩해 내기도 했다.

고작 가라오케 마이크 차례를 두고 테이블간에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좋은 쪽은 묵묵히 참여해서 같이 즐기고 나쁜 쪽은 미리미리 피해 다니는 게 상책이다.

주식도 군중심리가 쏠리는 방향으로 따라다니면서 먹을 때는 실컷 먹고 줄 때는 조금씩 뱉어 내는 그런 심리게임이다.

소나기를 내린 조물주를 벌할 수도 없고,좋은 일 하자던 주최측을 나무랄 수도 없다.

신이 아닌 이상 늘 맞힐 수 없는 기상청을 추궁하기도 그렇다.

그렇다고 멱살도 없는 군중심리를 잡아다 놓고 따질 수도 없다.

천둥 번개가 치면 일단 출구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빗방울이 떨어지면 모자가 아니라 바지가 벗겨져도 일단 도망부터 가야한다.

군중 심리가 극에 달해 난리법석이 벌어질 때는 나는 이미 거기에 없어야 한다.

누굴 탓하기 전에 나만 알아서 잘 피해다니면 된다.

코스닥종목들이 연일 신고치를 경신하는데 거래소 주식들은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것이 많다.

점점 더 인내의 한계에 이르면 어떤 행동을 할 지 모른다.

잃은 돈보다 남은 돈을 아까워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잘 생각해 보라.

< 김지민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원장 (한경머니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