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동산뱅크도 되고 골드뱅크도 되는데 우리는 안된다는 겁니까"

최근 "사이버 뱅크"를 설립하겠다고 나선 동양종금의 한 관계자는 정부당국으로부터 "은행""뱅크"등의 명칭 사용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전해듣고 몹시 흥분했다.

"소프트뱅크나 골드뱅크처럼 뱅크란 단어는 이미 시장에서 광의의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꼭 규제할 필요가 뭐 있느냐"는게 그의 항변이다.

그는 요즘 정부가 금융권을 통제하는 것을 보면 흡사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는 자신의 방에 있는 침대에 사람을 뉘여놓고 다리가 침대보다 길면 자르고 모자라면 잡아늘렸다는 인물.

현재 금융당국의 경직된 태도가 마치 이와 같다는 지적이다.

그는 "옛날에는 천천히 변하면 천천히 흥했으나 요즘같은 인터넷 세상에는 빨리 변하지 않으면 빨리 망하는 세상"이라며 "정부가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물론 정부쪽에서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상이라고 해서 종금사가 "은행"이라고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은행"대신 "뱅크"라는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일반인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많다.

따라서 현행법으로 규정돼 있는 은행으로서의 자기자본금이나 최대주주의 지분보유한도를 맞추지 않는 한 허가를 내주기 힘들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동양종금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가 그런 식으로 인터넷 사업을 막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고 맞받아친다.

인터넷 은행은 실제 점포가 필요없고 예대금리등이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돼 기존은행과는 다른 인.허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것도 안된다면 인터넷 공모로 자본금을 채우고 지분도 분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요새 같은때 인터넷 기업이 자본금 1천억원 모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냐"는 호언도 덧붙였다.

인터넷 은행의 설립을 둘러싼 정부당국과 기업의 설전을 듣고 있자면 쉼없이 변하는 세상과 이를 뒤쫓는 데도 힘겨워 하는 법체계의 격차가 가감없이 느껴진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parksj@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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