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네스토 세디요 < 멕시코 대통령 >

최근 개도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환경론자들과
노동운동그룹, 극좌파와 극우파들 간에 광범위한 제휴가 이뤄지고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러한 제휴가 개도국은 물론이고 어떠한 나라들에도
피해를 줄 의도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같은 연대와 제휴가 개도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이런 이유로 소위 "세계화"로 불리는 국제무역 및 투자 자유화에
반대하고 있다.

개별적인 사안들로 들어가면 서로 각기 다른 입장이긴 하지만 이들 그룹은
다같이 "세계화에 대한 공포증( globaphobia )" 아래 묶여 있다.

그들은 이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호주의라는 울타리를 주위에 쳐놓고
있다.

세계화 공포증에 공동으로 맞서기 위해 연대하고 있는 이 그룹들은 그
무엇보다 개도국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에는 개도국의 주권보호는 물론 환경파괴로부터의 보호, 개방경제 및
다국적기업으로부터의 보호 등이 모두 포함된다.

세계화에 혐오증을 가진 나라들은 선진국들간의 경제통합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그들의 진정한 목표는 개도국간 무역 및 투자활성화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빈곤타개와 경제 개발을 달성하기 위해 자유무역과 투자만이 필요충분
조건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 외에도 건전한 거시경제정책의 확립, 자국내 민주주의 정립, 교육
건강 인적자본 등에 대한 투자확대 등도 필수적인 요인들이다.

그러나 과거에 빈곤을 극복한 많은 개도국들의 사례를 살펴 보면 그들이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국제시장에 적극 참여하는 것과 함께 자국시장
을 외국자본과 선진기술에 개방해야 했다.

다시 말해 세계화에 적극 참여하는 것에 의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개방과 경제성장 간의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오늘날 세계 어디
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환경론자들의 논지에도 회의적이다.

물론 나 자신도 열렬한 환경 보호론자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경제적 통합이 환경에 적대적이기보다 오히려 환경 친화적이라고
확신한다.

교역의 결과로 각국 국민들의 생활이 윤택해질수록 사람들은 보다 쾌적한
환경을 원하게 된다.

게다가 수출산업쪽 고용기회의 확대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환경파괴적
직업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선 멕시코가 좋은 본보기이다.

멕시코는 개방경제 체제로 돌입하면서 새로운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환경기준을 낮추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늘날 멕시코 기업이 소유하거나 혹은 외국기업이 갖고 있는
기업의 환경기준은 멕시코가 폐쇄경제를 고집했던 과거보다 훨씬 높고
투명하다.

무역자유화에 반대하기 위해 환경을 구실로 삼는 사람들은 오염을 유발하는
경제활동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이 교역을 금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엄격한 환경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오염 유발자들에게 책임을 묻도록
강제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에서
세계화와 관련해 각국간에 적지 않은 충돌과 반목 대립이 있었다.

그러나 교역 및 투자확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들은 앞으로 보다 강도
높게 진행돼야 한다.

이와함께 개도국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진취적인 마인드는
세계화의 적이 아닌 굳건한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 정리=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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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