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사업에 대해 진 회장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황무석이 진성호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제 생각으로는 골프장 사업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보다 콘도미니엄
사업과 같이 생각해야 되리라 봐요.

골프장과 연결시키지 않으면 콘도미니엄 회원권도 팔기 힘듭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잘살게 되었지?"

박 사장이 끼여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샐러리맨들도 가족들 데리고 콘도에 들어 골프를 치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야."

황무석이 그의 말을 받았다.

"지금 한국 세태가 그런 걸 어떻게 합니까? 우리 나라 기업 과장급의
소비행태나 주거환경이 일본 기업의 부장급과 맞먹는다고 해요.

지금 젊은 애들한테 수출업무가 급해 주말에 일하면 오버타임 수당을
준대도 응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주말에는 무조건 가족 데리고 차 몰고 나가야 된다는 거예요."

"미쳤어요, 다 미쳤어요.

이러다간 우리 다 망하게 되었어요."

진성호는 손으로 탁자를 꽝 하고 치며 소리쳤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남자 비서가 들어와 진성호에게 메모를 전했다.

메모에는 "이정숙 교수님 내전 긴급 통화 요망"이라고 적혀 있었다.

진성호는 상을 찡그렸다.

"나 좀 급한 전화를 하고 올 테니까 그냥 회의 계속하세요."

진성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먼저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면서 진성호는 두 달 전부터 별거중인 아내 이정숙이
이제는 무슨 말을 하려고 급히 전화 통화를 원하는지 궁금했다.

다행히 결혼 생활 9년 동안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뒷조사를 한 결과
텔레비전 토크쇼에 의상 전문가로 뻔질나게 출연하면서 만난 토크쇼 사회자와
관계가 있는 것도 알고 있는데, 위자료로 살고 있던 아파트와 따로 원하면
5억 준다고 했으면 두말 말고 감지덕지 받아들여야 마땅할 처사였다.

또 무슨 엉뚱한 제안을 해올지 의아했다.

아무래도 아내의 아버지인 이인환 교수가 법 전공이라 뒤에서 아내를
사주하는 것 같아, 언젠가는 이 교수와 직접 한번 부닥쳐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는 화장실을 나와 회장실로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야?"

진성호가 수화기에 대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좀 친절하게 대할 수 없어요?"

"용건만 빨리 얘기해.

지금 중요한 회의중이야"

"좋아요.

위자료 조건을 말하겠어요.

조건은 한 가지뿐이에요.

아주 간단해요.

당신 소유로 되어 있는 대해실업의 주식 9퍼센트 중 그 절반인 4.5퍼센트를
내놓으세요."

"이런 미친년이 있나!"

진성호는 아연실색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