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식재산 분쟁의 전문가 집단인 특허 심판관들이 대거 로펌과
특허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등 첨단기술 분야의 국제 특허분쟁이 급증하고 있어
로펌 등의 스카우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8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98년3월 특허심판소가 특허심판원으로 확대 개편
된 이후 과장급(서기관) 이상의 고급 심판인력 16명이 변리업계로 빠져
나갔다.

이 가운데 11명은 김&장 세종 중앙 유미 남&남 등 대형 로펌과 특허법률
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나머지 5명은 개인 특허법률사무소를 차렸다.

<> 현황 =특허심판관은 국장급(이사관.부이사관)인 심판장과 과장급인
심판관으로 나뉘어있는데 심판장 가운데 5명이 최근 변리업계로 나갔다.

특허심판 분야의 최고 실무 이론가로 인정받고 있는 김태윤(57) 전 심판장은
유미특허법률사무소로 적을 바꿨다.

심판업무에만 13년간 몸담은 그는 유미의 심판 전담 변리사로 상담과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국제 지재권 분쟁의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준규(59) 전 심판장은 이영필합동
특허법률사무소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출신으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주재관과
제네바 대표부 참사관을 지낸 국제 특허통이다.

또 화공.유전공학 분야 심판 전문가인 조인제(57) 전 심판장은 법무법인
세종의 수석 변리사로, 20여년의 심사.심판 경력을 가진 신현문(58) 전
심판장은 법무법인 중앙의 부소장 겸 기획실장으로, 화학.약학분야의 김동수
(58) 전 심판장은 코리아나특허법률사무소 부소장으로 각각 스카우트됐다.

심판관 옷을 벗고 변리사로 변신한 사람은 11명에 달한다.

윤정열(43) 전 심판관과 김정국(37) 전 심판관이 특허법원 판사 출신의
박승문 변호사가 차린 다래법률특허사무소에 합류했다.

이중희(49) 전 심판관은 김&장법률사무소로, 조원(53) 전 심판관은 법무법인
중앙으로, 김문재(58) 전 심판관은 남&남특허법률사무소로 각각 옮겼다.

이밖에 이병현(47) 전 심판관 등 5명은 개인 사무소를 열었다.

<> 전망 =특허 심판인력의 엑소더스 현상은 앞으로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로펌 등이 법률시장 개방과 국제 특허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심판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지재권 분쟁의 90% 가량이 특허청의 심사나 심판 단계에서 끝나는 점을 감안
하면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개정된 변리사법에 따라 7월부터 변리법인 설립이 허용되는 게 기폭제
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를 전후해 심판인력의 변리업계 진출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특허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심판인력의 이탈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10여년 이상 심사.심판을 맡은 베테랑들이 빠져나가면서 특허심판에 심각한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심사관에 대한 무시험 변리사 자격 부여제도가 폐지되면서
심사인력이 동요하고 있다"며 "심판관 유출이 확산될 경우 심사와 심판이
주축인 특허 행정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했다.

< 정한영 기자 ch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