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팩스주문 탈피 인터넷으로 고객상대 ]

세계의 많은 기업은 자사제품의 판매촉진을 위해 해마다 티셔츠, 머그 등의
다양한 판촉상품을 구입한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판촉물 시장의 규모는 무려 1백30억달러며 이 시장에는
약 1만9천개의 업체가 들어와 있다.

98년까지만 해도 이 많은 판촉물 공급업체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던
이컴퍼니스토어( eCompanyStore.com )는 인터넷으로 승부를 걸기 위해 지난해
6월 매우 뼈아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즉 이 회사의 설립자인 월트 기어( Walt Geer )와 제이 플라워스
(Jay Flowers)는 판촉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의 98%
를 차지하는 영세기업과의 거래를 과감히 중단하고 대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기어와 플라워스는 애틀랜타 주변의 중소기업체들에 판촉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그들의 중간이름을 따서 이두스 하워드( Idus Howard )라는 회사를
90년대 중반에 설립하고 전화나 팩스로 주문을 받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
회사를 운영해 왔다.

그러다가 1998년 6월 기어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 회사는 신규고객으로 영입한 텍사스주 엘파소( El Paso )의 부동산회사
EPT 매니지먼트를 위해 특별 웹사이트를 개설해 준 바 있었다.

EPT는 미국에서 84개의 아파트단지를 갖고 있을 정도로 큰 회사인데 이
사이트 덕분에 EPT는 로고가 들어간 판촉물을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어는 엘파소에서 열린 EPT관리자들의 모임에서 이 사이트를 소개했는데
참석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열광적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기어는 이두스 하워드를 인터넷회사로 바꾸기로 결정하고
1998년 9월 새로운 사업계획을 짰다.

그 내용의 핵심은 판촉물 구입을 위해 연간 20만달러 이상을 쓰는 회사들을
위해 이두스 하워드가 개별웹사이트를 개발하고 관리해주며 그 대가로 고객의
웹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물량의 일부를 이두스가 대는 것이었다.

이제 이컴퍼니스토어닷컴으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기존의 소형고객과는
옛날 방식으로 계속 거래를 하면서 그 후 6개월 동안 EPT, 필립 모리스
( Philip Morris ), 밀러양조( Miller Brewing ), 미국백혈병협회 등
대형고객들의 사이트를 개발한다.

그러나 기어가 기대를 걸었던 대기업들은 이 회사의 문을 두들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회사의 운영담당임원으로 새로 들어온 존 위클( John Wikle )
은 6월 어느날 폭탄선언을 한다.

즉 판촉물공급업에 경험이 많은 위클은 회사가 처한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이컴퍼니스토어는 기존의 영세고객을 떨쳐버리고 대기업을 끌어들어야
한다고 기어에게 강력히 건의한 것이다.

기어는 괴롭지만 이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거래를 해온 고객들에게 작별의 편지를 쓰고 그들의 마음을
달래는 어려운 작업을 이 회사의 섭외담당 임원은 훌륭하게 해냈다.

하지만 이컴퍼니스토어가 기대를 걸었던 대기업들과의 협상은 쉽사리 결말이
나지 않고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대기업들이 빨리 결정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이 다 가도록 이 회사의 웹사업부가 고객으로 확보한 회사는 여섯
개뿐이었다.

그러나 10월말께가 되자 협상에 임했던 대기업들이 이컴퍼니스토어의 실력을
인정하고 이 회사와 속속 계약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99년 말까지 이컴퍼니스토어는 자동차소매회사 오토네이션
( AutoNation ), 전기회사 사던( Southern ) 등 30개 회사를 고객으로
영입했으며 창고가 모자라 트레일러를 빌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회사는 앞으로 인터넷사업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며 이제는 다른 인터넷
회사와 마찬가지로 핵심인력이 빠져나가는 등의 새로운 문제에 부닥치고
있다.

이컴퍼니스토어 이야기는 판촉물공급같은 아주 전통적인 산업에서도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인 경영방식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유필화 <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