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현명관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물산을 인터넷 기업으로 변신시키고 있는 그는 최근 회사로부터
스톡옵션 20만주를 약속받았다.

옵션행사 추정가격은 약 1만8천원, 옵션 행사 기간은 오는 2003년 3월19일
부터 2010년 3월18일까지 7년이다.

삼성물산을 일류 인터넷 기업으로 변신시켜 주가가 오를 경우 그는 주식
매수선택권을 행사, 그 기여도를 주가 차익으로 보상받게 된다.

물론 삼성물산은 당장 자금을 들이지 않은채 최고경영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최근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12월 결산 상장회사만 하더라도 지난 7일 현재까지 1백여개사가 이번 주총
에서 스톡옵션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미 스톡옵션을 도입 시행하고 있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줄잡아 2백개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톡옵션은 실적과 급여를 연결시키는 대표적인 성과급이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증권거래법 등의 개정으로 올들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 목적이나 내용을 보면 각양각색이다.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 공로형이다.

회사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임원에게 지급하는 형이다.

은행과 주요 대기업이 여기에 속한다.

국민은행 부산은행 신한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주택은행 등은 최근 주주
총회에서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은행장 부행장 상근감사 부행장보 사외이사
등 임원급으로 정했다.

예금을 유치하고 대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은행업무 특성상 임원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대구은행의 경우 옵션행사 기간 전 3개월 주가 평균이 액면가의 2배를
초과하면 은행장에게 한도(10만주) 외에 추가로 3만주의 보너스 옵션을
부여키로 했다.

행장의 경영능력에 그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

대기업들도 공로형이 많다.

삼성전자 삼성SDI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은 스톡옵션 부여대상을 대표이사
와 임원으로 정했다.

대표이사들은 대체로 10만주 정도를 받는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배동만 에스원 사장, 이형도 삼성전기 사장,
김순택 삼성SDI 대표 등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10만주의 매수선택권을 받기로
예정돼 있다.

현대그룹은 계열사별로 차이가 있다.

박정인 현대정공 사장은 10만주를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박상호 현대전자 반도체부문 사장은 지난해말 미국 IBM에서 영입될
당시 40만주를 받았다.

최근 미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다 총괄사장에 오른 박종섭 사장은 이보다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톡옵션의 두번째 유형은 사기진작형이다.

이 유형은 거의 모든 직원에게 옵션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고합 동아건설 SK케미칼 등이 이에 속한다.

고합은 지난 3일 이사회에서 1년이상 근무한 임직원 1천9백11명에게
2백15만주(발행 주식의 5.09%)를 주기로 했다.

동아건설도 지난 1998년 고병우 회장 취임 이후 3천6백여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SK케미칼은 최근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스톡옵션 부여대상을
임원에서 임직원으로 변경했다.

유한양행은 김선진 사장 등 7백47명(연구개발부서 근무 1년이상, 일반부서
3년이상 근무)에게 34만3천4백50주의 매수선택권을 부여해 놓고 있다.

스톡옵션을 너무 많이 지급하면 기존 주주들이 신주인수권 침해를 들어
반발하게 된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따라서 회사 가치가 높아져 주주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합의 경우 주가가 액면가보다 크게 낮아 경영을 정상화하지 않는 한
직원들이 당장 이득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스톡옵션의 세번째 유형은 회사잔류 유혹형이다.

연구개발 직원이나 중간 간부들이 벤처기업 등으로 떠나지 못하도록 이들을
스톡옵션 대상에 포함시킨게 특징이다.

현대전자 삼보컴퓨터 흥창 팬택 등 전자 통신 반도체 관련 회사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현대전자의 경우 임원 및 차장이상 중간간부 1천6백여명에게, 삼보컴퓨터는
대리이상 1천여명에게 옵션을 부여했다.

한솔CSN은 1백66명, 신성이엔지는 1백96명, 팬택은 82명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할 예정이다.

벤처 붐으로 이직 유혹을 받고 있는 고급인력을 붙들어 두기 위해 대상을
확대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스톡옵션은 이처럼 다양한 목적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게 실적과 보상간 연관성 여부다.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가 옵션을 부여받은 후 3년이 지난 시점부터여서
너무 길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 주식시장이 기업실적보다는 정부의 금융통화정책과 경기변동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옵션의 매력을 좌우하는 행사가격도 옵션부여 당시의 증권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현대전자의 경우를 보자.지난해 11월 1차로 8백여만주를 받은 1천5백명의
현대 직원들은 3년후 주가가 3만원이 넘어야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92만주를 받을 LCD 사업부 소속 1백38명은
현재 주가 수준(2만2천원)을 감안할 때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스톡옵션의 이러한 단점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스톡옵션 대신 스톡그랜트
(stockgrant.주식교부)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 중 LG 계열사들은 스톡옵션을 별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스톡옵션이 회사발전에 대한 기여도와 보상간 연관성이
약한 점이 있어 주식 자체를 지급하는 방안을 계열사별로 신중히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의 경우 임원들을 EVA(경제적 부가가치), 매출성장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한다"면서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스톡옵션이 임직원의 동기부여 수단으로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보완책
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 박주병 기자 jbpar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