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사도 괜찮을까 ]

이미 값이 많이 오른 강남일대 재건축아파트를 지금 사도 투자성이 있을까.

조합이나 근처 중개업소에선 지금 매수에 나서도 입주시 적게는 수천만원의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공사가 속속 선정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어 추가상승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분위기에 휩쓸린 무분별한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아파트의 투자수익성 분석은 복잡하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변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화해 어림짐작해 볼 수는 있다.

먼저 투자비용을 살펴보자.

조합원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아파트를 사야 한다.

이 돈은 5년 정도로 예상되는 준공시점까지 묶이기 때문에 이자(기회비용)
까지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다 시공사에서 받는 이주비와 세입자에게 내줘야 하는 전세보증금도
고려해야 계산이 정확해진다.

다음으로 감안해야 할 것은 무상지분율이다.

조합원은 보유지분의 일정비율을 무상으로 배정받는다.

무상지분율이 2백%로 결정되면 15평을 보유한 사람은 30평까지 추가부담없이
입주할 수 있다.

더 넓은 아파트를 원할때는 초과평수만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때 지분크기는 아파트평형이 아니라 대지지분이 기준이기 때문에 용적률이
낮은 단지가 유리하다.

이렇게 투입된 비용을 수익과 비교해 보면 투자성을 판단할 수 있다.

수익이란 입주한 아파트의 시세를 말한다.

이는 주변 아파트 값을 비교해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된다.

이같은 방식으로 강남지역의 재건축아파트를 분석해보면 조합측 주장대로
일정한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급입지와 대단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은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사업이 늦어지면 금융비용이 커지고 투자수익도 떨어진다.

실제로 시공사가 선정된 뒤에도 몇 년동안 이주를 못하는 단지도 많다.

시.구청 등 관계기관의 정책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개포동 주공아파트는 택지개발지구에 속하기 때문에 정책결정이
사업성패와 직결된다.

예컨대 용적률이 조합측 요구보다 낮아지면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포지구의 경우 서울시에서 도시설계입안권을 넘겨받은 강남구청이
올 11월쯤 새 도시설계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밀도지구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전세대란 예방이나 주택수급계획에 따라 사업시기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투자수익은 단지별로 큰 차이가 날 전망이다.

< 백광엽 기자 kecorep@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