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일 하고 싶은 일이요? 잠이나 푹 잤으면 좋겠어요"

스타크래프트 세계 챔피언 이기석씨.

프로게이머인 그는 요즘 광고 사진 촬영, 뮤직비디오 출연과 같은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혀 있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인천방송의 "열전 게임챔프"라는 프로그램에 매주 출연해 게임 해설도
하고 있다.

이번달 촬영을 시작하는 영화 "V-게이트"의 주인공까지 맡았다.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른 프로게이머의 삶을 다룬 영화다.

"요즘엔 너무 바빠 팀원들과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연습을 하면 좀더
잘할 수 있을 텐데..."

말끝을 흐리는 얼굴에 아쉬움이 흐른다.

언제까지 프로게이머를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머리가 굳을 때
까지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프로게이머로서 한계가 느껴질 때까지는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게임 제작도 해보고 싶단다.

최근 이기석씨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소속 회사인 청오정보통신에서 프로게이머 팀인 "sG"의 사무실을 마련해
줬다.

그는 "가수가 자신만의 녹음실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에요"라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기석씨에게는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

"너무 바빠서 여자친구를 사귈 시간도 없지만 가끔 우울할 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수줍게 얘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끝으로 한마디를 부탁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뜸 말한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주위에서 뭐라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잖아요"

< 김경근 기자 choic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