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오는 4월부터 손해보험사의 장기상품 계약자들에게 배당을
해주도록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라고 본다.

비록 보험자산 분리에 따른 실무적인 어려움과 계약자 배당지급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로 인해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보험사
경영의 투명화를 위해 언젠가 한번은 넘어야 할 고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금융의 디지털화로 국내외 진입장벽의 붕괴가 가속화 되리라고
예상되는 만큼 손보사들도 좀더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다른 금융산업과 마찬가지로 손해보험업계도 거센 변화의 물결속에 살아남기
위해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보험가격과 예정이율의 자율화에 따라 담합구조가 깨지고 최근
에는 인터넷 판매 비중이 빠른 속도로 커지는 바람에 모집인 중심의 기존
영업조직도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자동차보험의 경우 오는 8월부터 사업비에 해당하는 부가보험료가
판매채널별로 자유화될 예정이어서 과당경쟁 마저 우려된다고 하니 손보업계
의 속앓이를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시장경쟁의 격화와 맞물려 보험사경영의 투명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점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장기손해보험 계약자에 대한 배당지급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물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보험자산을 계정별로 분리하고 일반보험과 장기
보험간에 차단벽을 설치하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도 지난 94년에 계정분리를 단행한 사례가
있는 만큼 보험계정별로 자산형성에 기여한 비율에 따라 분리한다는 등
나름대로 합리적인 분리기준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일부 손보사들은 계정분리 자체보다는 분리 뒤 장기상품의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더 걱정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간단명료하다.

수익성 없는 보험상품은 판매를 중단하면 그만이다.

생보사와 손보사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은행에서도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마당에 과거처럼 구색맞추기 식으로 엇비슷한 보험상품을 모두 끌어안고
있어야 할 이유가 더이상 없다고 본다.

정작 어려운 문제는 주주와 계약자간의 이해갈등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손보사의 경우 생보사와는 달리 상장에 따른 주식평가이익 배분문제는
없지만 계약자배당 자체가 주주이익과 상충되는 만큼 어느정도의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장기보험상품과 일반보험상품을 별도로 관리하니 상관없고 기존
장기보험상품이 문제인데 생명보험사의 경우를 참고해서 적절한 배당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