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것이 투자자들의 변덕"

지난 주 미국 증시의 시황을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1만 포인트의 저지선을 뚫고 수직낙하하는가 싶었던 다우존스 지수가 돌연
파죽의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대형 우량주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는 지난 주 닷새간의 거래일
동안 연속 상승의 휘파람을 불면서 5.1% 뛰어올랐다.

다우 지수의 기사회생은 시티그룹 등 금융주와 3M 등 소비재 주식들에 의해
견인됐다.

특히 주말인 3일에는 30개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제너럴 일렉트릭, 듀폰,
IBM, 월마트 등 23개 종목이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돌연한 다우 지수의 반등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변덕
때문"이라는 말 이외에는 이렇다 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첨단 기술종목들에만 외골수로 매달렸던 투자자들이 최근 몇주일 동안 단기
낙폭이 지나치게 컸던 "구경제" 주식들에도 매기를 되살린 것이 다우 회생의
불씨를 지폈다는 얘기다.

덕분에 지난 주 다우 지수는 작년 7월 이후 최고의 활황을 기록했다.

월가에서는 모처럼 되살아난 증시의 활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우 지수를 되살려낸 "사자" 바람이 대형 우량주들로만 쏠리지 않고
중-소형주들로까지 폭넓게 부는 등 증시 에너지가 시장 곳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스닥 지수의 지칠줄 모르는 오름세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첨단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 한 주일동안 세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수립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4,914.77의 신기록으로 주말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이로써 "4K(4천 포인트)"의 벽을 뛰어넘은지 두달여만에
"5K"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특히 한동안 나스닥내 주도주의 위치에서 바이오테크 등 "2군"들에 밀려나
있던 오라클, 마이크로 소프트 등 컴퓨터 및 정보통신 관련 주식들이 상승세
를 되찾은 것도 "향후"와 관련해 긍정적인 재료로 해석되고 있다.

또 소형주들의 주가 지표인 럿셀 2000 지수 역시 지난 주말 597.88포인트로
올들어서만 12번째 역대 최고치 기록을 수립하는 등 종목의 대소를 가리지
않고 투자자들의 매기가 넘쳐나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노동부의 고용 관련 통계 등 거시 경제 관련 호재들까지
겹쳐져 증시의 에너지는 당분간 한층 더 힘차게 분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3일 노동부는 미국의 2월중 실업률이 4.1%로 전월에 비해 0.1% 포인트
올라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통화당국의 잇단 금융 긴축이 마침내 "약효"를 발휘해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증시 일각에서는 그러나 "주가 급등 자체가 증시 자신의 최대 적"이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화정책의 열쇠를 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이
주가의 지나친 상승이 소비 열풍으로 이어져 경기를 과열시키고 있음을
경계, "주가 상승폭이 가계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주가 제동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6일로 예정된 그린스펀 의장의 보스턴 연설이 주목을 모으고
있다.

"신경제"를 주제로 이뤄질 이 연설에서 그가 어떤 형태로든 요즘의 증시
동향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