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부텍사스산 중질유가 배럴당 32달러를 넘어서고 북해산 브렌트유가
등락을 거듭하는등 국제 원유가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원유감산을 주도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3개국의 석유장관들이 엊그제 증산에 합의했음에도 시장이 거꾸로 반응하는
현상이다.

증산규모와 시기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오히려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의견도 증산과 감산고수로 엇갈리고 있어
이달말 열릴 예정인 OPEC 각료회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산유국들의 움직임과 원유가 동향은 세계적으로 저유가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전문가들의 전망 역시 석유의 성수기가 끝나고 OPEC가 증산에 합의하더라도
원유가의 강세는 이어진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우리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배럴당 26달러를 넘어섬으로써
지난 해의 평균치 17.2달러는 물론 정부의 올해 예측치 21.5달러보다 훨씬
비싸졌다.

우리의 원유도입액은 98년 1백12억4천만달러, 99년 1백47억7천만달러에
이어 올해에는 2백2억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원유가의 강세가 지속되면 예상액을 훨씬 웃돌 수밖에 없어 올 무역수지나
경상수지의 흑자목표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고유가의 충격을 이겨내려면 정부와 국민이 저유가 시대의 사고와 생활방식
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에너지 절약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내 유가의 안정을 위해 석유류에 적용하는 교통세와 특소세를
인하한 정부의 조치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고유가에 대한 긴장감을 이완시키
는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가격을 의도적으로 낮게 책정함으로써 절약의 체질화에 실패한
과거의 저에너지가격 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가 줄기차게 추진해온 요란한 절약시책의 성과가 어째서
미미한지를 진지하게 점검해 봐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