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따르면 아테네가 황금시대를 맞기 전 아티카지방의 산들은 울창한
수목으로 뒤덮여 있었다.

신전은 나무와 샘물의 정령에 둘러싸였고 아테네의 건축물은 굵고 튼튼한
목재로 지어졌다.

그러나 번영과 전쟁은 숲의 무차별 훼손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오늘날
민둥산 위에 서있는 삭막한 파르테논신전의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레바논의 사막지역도 한때는 솔로몬의 신전과 근동지방 도시 건설에 쓰인
삼나무 숲이었다.

자연파괴는 이처럼 생태계를 회복 불능상태로 만들수 있다.

세계 각국이 공원과 숲의 보존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다.

따라서 서울시가 푸른서울 만들기의 일환으로 "나무등록제"와 "녹지관리
실명제"를 실시하겠다고 나선건 주목할만하다.

나무카드를 만들고, 공원이나 가로수 관리를 희망하는 사람을 ''그린오너''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회화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를 밀레니엄나무로 정해 널리 보급하겠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은행나무는 세계적으로 1속 1종만 있는 희귀목이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잘 자라지만 자생이 어려워 신경써서 심지 않으면 멸종
될 수도 있다 한다.

느티나무는 모습도 우아하지만 목재의 무늬와 색상이 으뜸이다.

서민은 소나무집에 살다가 소나무관에 담기지만 양반은 느티나무집에서
느티나무 가구를 놓고 지내다 느티나무관에 잠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신라 천마총이나 가야고분의 관도 느티나무고 고궁이나 사찰의 기둥도
느티나무다.

회화나무는 괴목 괴화나무 홰나무로도 유명하다.

산소방출량이 많고 목재의 무늬가 아름다워 가로수및 가구에 많이 쓰인다.

재개발 등으로 최근 몇년동안에만 근린공원의 18%(65만여평)가 해제되는
등 회색도시로 변한 서울을 이제부터라도 푸르게 가꾸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나무등록제나 관리실명제는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겠거니와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운용이다.

관리를 잘하자면 나무의 특성과 효용을 파악하는게 우선이다.

기후와 토양, 나무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심고 가꿔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