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증시에서는 "검은 머리 외국인 자금"이 화두가 되고 있다.

검은머리 외국인 자금이란 국내자금이 해외에 설립된 역외펀드를 통해
국내증시에 다시 유입되는 것을 말한다.

금년 1월에만 아일랜드계 자금이 3억2천만달러나 유입됐다.

지난 한햇동안 유입된 1억3천만달러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던 말레이시아계 자금도 이달 들어서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두 나라는 카리브해 연안지역과 함께 세계 3대 조세피난처( tax-haven )로
국내기관들이 자주 활용하는 역외펀드가 설정된 국가다.

현재 5대 기업이 신고한 역외펀드는 29개에 달한다.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검은 머리 외국인 자금의 성격을 놓고 여러가지
억측이 분분하다.

국내기업들의 주가관리용 자금인지 또는 과거처럼 선거를 앞둔 정치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대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갈수록 기업들의 주가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증시는 거의 외국인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기업들이 검은 머리 외국인 자금을 통해 주가를 관리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 모른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기업들이 지난해말 부채비율 2백%를 맞추기 위해 11월
이후부터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아일랜드계, 말레이시아계 자금들이 대거 유입됐다.

유상증자시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역외펀드를 활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만약 이런 자금이 섞인 외국인 자금들이 주가를 선도했다면 국내투자자들은
우롱당한 기분이 들 수 있을지 모른다.

현 주가수준도 우리 경제여건에 비해 높은 거품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투자자들의 이런 의혹을 풀어줘야 한다.

문제는 정책당국이 이런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가 외환위기를 당한지도 2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돈을 들여 국제금융센터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관련 부처간에 종합적인 외화관리망을 구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제2단계 외화거래자유화 계획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멍뚫린 허술한 외화관리망을 보고 국민들이 무엇을 느낄지
정책당국은 한번쯤 깊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