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본점 영업부의 이 대리는 최근 직장상사로부터 적금이나 정기예금
등 적립성 예금에 대한 마케팅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기존 고객에 대한 성향분석에 나섰다.

먼저 3개 이상의 적립성 예금을 든 고객을 찾았다.

이들은 적어도 적립성 예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탈고객, 활성고객, 휴면계좌고객, 최근 가입고객 등으로
분류했다.

수백만명에 이르는 고객들을 이런 기준으로 나누어 분석하는데 2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분석자료를 근거로 마케팅방안을 정리해 보고서를 올렸다.

이 대리가 이처럼 손쉽게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된 것은 조흥은행이
지난 17일 국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데이터웨어하우스(DW)덕분이다.

DW에는 이 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고객의 정보가 축적돼있다.

이 자료를 가공 분석하면 영업과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쉽게 뽑아낼수 있다.

DW는 회사내 재무 회계 인사 등과 관련된 각종 자료와 고객 정보 거래 내용
등 모든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든 정보 창고다.

이 정보창고의 특징은 모든 거래내역이 시계열로 정리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에서는 고객의 현재위치를 기준으로 마케팅할수 있다.

예를들어 과거에는 거래 실적이 우수했지만 최근에는 거래가 미미한 고객이
있다고 가정했을때 시계열 자료가 없으면 은행측은 그 고객의 최근
거래실적만을 갖고 그 고객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거에 예금실적이 별로였지만 최근들어 실적이 좋아진 고객은
역차별받을 소지도 있다.

조흥은행이 구축한 DW는 과거의 데이터베이스와는 전혀 다른 구조로
설계됐다.

기존의 DB는 고객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검색할때마다 거기에 맞는 새로운
자료(테이블)를 추가로 넣어줘야하는 불편이 있다.

이럴 경우 은행과 같은 많은 고객을 상대하는 기관에서는 DB량이 폭증해
자료를 검색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조흥은행은 이같은 문제를 미국의 시베이스( Sybase )사의 DB로 해결했다.

이 DB는 검색명령으로 주어진 항목만을 검색해 항렬을 모두 검색하는 기존
DB와 차이가 있다.

실제로 이 시스템을 이용한 결과 12시간 걸려야 가능했던 자료를 2시간만에
받아볼 수 있었다.

또 다른 특징은 이 시스템이 업무프로세스와 구체적인 정보를 필요로하는
현업부서의 주도로 구축됐다는 점이다.

현업부서의 막연한 의견만을 근거로 전산요원들이 DB를 구축했을 경우
원하는 결과를 산출하지 못하는 DB를 만든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흥은행은 마케팅팀을 중심으로 DB의 기획 설계 자료화 작업
등을 수행했다.

이같은 방법으로 조흥은행은 1백억원의 투자비용 절감효과를 거뒀다.

조흥은행은 이번에 개발된 DW와 연동해 올해 상반기까지 종합수식관리
신용리스크관리 종합리스크관리 직원성과평가 등의 시스템 개발을 끝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이 은행은 DW를 이용한 다양한 경영기법을 선보일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고객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할수 있게
된다.

새로운 상품이 개발됐을 때 그 상품에 관심을 가질 만한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할수 있다.

예를들어 은행의 수익에 기여하는 고객에게는 여신금리를 낮게하고
수신금리를 높여주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 영업사원 1인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인지를 계산해 성과 평가에
정확히 반영할수 있다.

특정 상품에 관심있는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할수 있다.

기업 고객의 경우에도 그 기업의 거래내역과 자산가치 등을 파악해
리스크에 따라 대출액과 이자율을 조정할 수 있다.

시스템 구축을 주도한 이영재 e사업부 부장은 "DW의 구축으로 올하반기부터
타은행과는 다른 다양한 서비스와 마케팅기업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다른 은행이 감각적인 마케팅에 의존한다면 우리 은행은 과학적인 마케팅을
펼치게 되는 셈"이라고 자랑했다.

< 김태완 기자 twkim@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