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외환은행 압구정동 지점 창구.

1천억원 규모로 발행한 후순위채권 판매가 5시간만에 마감된 직후 한 50대
주부가 찾아왔다.

그는 3억원어치만 더 팔면 안되겠느냐고 조르다가 실망한 채 돌아갔다.

5백억원이 추가로 설정됐다고 은행 창구직원이 연락하자 2억원을 더 얹어
5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구입했다.

최근 은행들이 잇따라 발행하는 후순위채권들이 여윳돈을 가진 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5년만기후순위채(금리 연 10.5%)는 각각 판매 5시간
만에 1천억원 한도가 소진됐다.

외환은행은 추가로 5백억원을 판매했으나 다음날 모두 팔렸다.

신한은행은 만기 6년에 연 10%의 다소 떨어지는 조건으로 1천5백억원어치를
발행했지만 역시 8일만에 모두 소진됐다.

은행입장에선 자본확충을 위해 서둘러 발행하는 후순위채가 투자자들에겐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

3월중에는 한미 국민 한빛은행 등이 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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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들이 주로 구입하나 =후순위채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윳돈이
많은 사람들이다.

은행들이 발행하는 후순위채는 자본확충을 목적으로 하는만큼 5년 이상의
장기채권으로 발행된다.

중도해지가 불가능하다.

일부 원하는 사람들끼리 사고 파는 경우는 있지만 아직 매매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

필요할때 곧바로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환금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후순위채권은 반드시 오랫동안 묻어둘 수 있는 여유자금으로 투자
해야 한다.

은행별로 1인당 구입단위를 1천만원 이상으로 정했지만 실제 고객들의
평균 투자금액은 1억5천만~2억원에 이르고 있다.

* 왜 인기가 있나 =확정금리로 연 10% 안팎의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은행
예금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은행마다 조건은 조금씩 다르지만 외환은행처럼 표면금리가 연 10.5%일 경우
1억원어치를 매입했으면 22%의 소득세를 제하고도 3개월마다 2백4만7천5백원
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자세율이 16.5%로 낮아지는 내년부터는 2백19만1천8백75원을 받게 된다.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받지 않고 만기에 한꺼번에 탄다면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에 연 실효수익률이 10.92%에 이른다.

특히 후순위채권은 5년 이상 장기채권이기 때문에 금융종합과세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분리과세(33%)적용을 받는다.

이 때문에 종합과세를 피하려는 부유층들의 관심이 높다.

* 향후 은행별 판매계획 =한미은행이 3월2일부터 만기 5년짜리 후순위채권
1천억원을 판매할 계획이다.

금리는 연 10.5%.곧이어 국민은행이 3월7일부터 만기 5년짜리 후순위채권
1천억원어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표면금리를 연 9.65%(실효수익률 10%)로 잡고 있다.

은행의 후순위채권을 통틀어 가장 낮은 금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낮은 대신 그만큼 안정성이 높다는 점을 부각
시켰다"며 "개인고객에겐 세금우대혜택도 부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8억5천만달러의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한 한빛은행은 3월중 4천억원어치
의 원화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이중 2천억원은 보험사에 판매하기 위해 협의중이지만 나머지 2천억원은
창구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후순위채 금리는 10.5%를 고려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연 10.5%의 금리에 만기 5년짜리 후순위채를 분기마다 1천억원씩
발행할 예정이다.

5월중 판매한다.

* 투자유의점 =후순위채권에 투자할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발행
주체의 신용도다.

은행이 파산할 경우 주주를 제외하고는 가장 나중에 돈을 돌려받기 때문
이다.

발행주체의 객관적 신용등급을 판단할 때는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을
참고할 수 있다.

발행금리가 낮을수록 은행의 안정성이 높다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은행 관계자들은 "후순위채권은 은행이 자체 파산하지만 않으면 합병이나
감자 등과 무관하게 권리가 유지되기 때문에 안정성 못지않게 수익률도 중요
한 투자포인트가 된다"고 말한다.

< 박성완 기자 psw@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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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순위채권이란 ]

채권을 발행한 기관이 도산할 경우 담보부사채, 무담보사채, 기타
은행대출채권 등 일반사채보다는 권리행사 순서는 뒤지나 우선주나 보통주
보다는 앞서는 채권을 말한다.

상환기간이 5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일정 한도까지 자기자본으로 인정
된다.

은행들이 앞다퉈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

후순위채권에는 주식의 성격이 강한 상위(Upper tier)후순위채권과 채권의
성격이 강한 하위(Lower tier)후순위채권 두가지 종류가 있다.

은행들이 최근 5년,6년 만기로 발행하는 후순위채는 하위 후순위채권이다.

상위 후순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대신 발행기관이 완전히
변제능력을 상실한 경우가 아니면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발행기관만 믿을만하다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돈을 굴릴만한 좋은 투자상품
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