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노동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통계청이 지난해 내놓은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나타난 주부들의 1일
가사노동시간은 5시간21분.

에델만코리아의 조사에선 요리 설거지 빨래 청소에만 5.18시간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부노동은 그러나 이런 육체노동 외에 육아와 자녀지도 재테크등 수없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시작도 끝도 없이 무한정 계속된다.

독일에선 집크기와 모양, 가구형태, 가족수에 따라 가사노동의 값을 따진
다고 한다.

가사노동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남편이 전업주부 아내에게 일정액의
용돈을 의무적으로 지급토록 하는 "주머니돈법"도 제정했다.

녹색당은 결혼 또는 동거부부가 모든 가사노동을 절반씩 나눠서 하도록 하는
"가사노동 반분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미국의 에델만사는 지난해 자녀 딸린 전업주부의 노동가치를
연봉 50만8천7백달러라고 발표했다.

매일 17가지 업무를 연중무휴 수행하는 주부의 일을 인력회사에 맡길 경우
주방장 4만달러 간호사 3만5천달러씩은 줘야 한다는 계산에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주부노동에 대한 평가는 형편없다.

가사노동도 엄연한 생산활동임에도 불구하고 교통상해시 손해보험업계가
계산하는 전업주부의 월평균임금은 잘해야 70여만원이다.

무직자로 치기 때문이다.

파출부 일당이 3만원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부당하기 짝이 없는 셈이다.

따라서 전업주부들의 가정에 대한 공헌도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국내
총생산(GDP)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대통령의 견해는 파격적으로 들린다.

화병이나 우울증환자 가운데 맞벌이보다 전업주부가 많다고 하거니와
상당수 전업주부들이 엄청난 양의 필수적인 일을 하면서도 빈둥거리는 백수로
치부된다는 것때문에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집안일이 시시한 것으로 여겨지는 한 살림과 소비의 지혜를 개발하는
신지식인 주부가 나오기는 어렵다.

여성인력 활용의 가장 큰 장애물 또한 가사노동에 대한 폄하다.

주부노동에 대한 정확한 가치부여는 이제 더이상 미룰수 없는 과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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