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디지털화의 충격은 가전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지난 70년대 이후 디지털기술은 통신과 컴퓨터의 융합을 통해 정보통신혁명
을 이끌어왔다.

이제는 디지털기술이 방송에 접목, TV를 주축으로 한 가전산업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부분적으로 디지털방송이 시작되어 디지털TV 등 디지털
가전기기의 보급이 초기단계에 진입해있다.

방송의 디지털화는 TV를 통해 영상과 음성 정보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PC와 마찬가지로 데이터 정보가 대량으로 송신됨을 의미한다.

송신된 정보는 사용자가 자유로이 검색.편집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다.

방송과 유무선통신이 결합됨으로써 가정의 모든 가전기기들이 네트워크화
되는 이른바 홈네트워킹 시대가 열리게 된다.

방송과 통신이 결합됨으로써 디지털TV를 통해 전자상거래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TV가 PC와 함께 가정내 정보화의 주축으로 등장하게
된다.

디지털TV 화면으로 게임 음악 금융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됨에따라 디지털방송용 컨텐츠 사업이 새로운 유망 비즈니스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디지털TV용 OS(운영체제)나 전자프로그램가이드(EPG), 응용프로그램등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도 파생적으로 생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우리나라 가전산업이나 기업들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디지털TV 디지털VTR 등 기기 뿐만 아니라 셋톱박스 홈서버 디스플레이
등 관련기기 및 부품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통상 TV의 제품수명이 10년이라는 점, 5년정도 후에는 디지털방송
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디지털TV에 대한 수요만도 향후 10년간 약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관련기기 및 부품, 해외시장에서의 수요 등을 고려하면 100조원을
훨씬 능가하는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디지털가전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컨텐츠 서비스등 e-비즈니스와
밀접하게 연관된 시장의 중요성이 기기 못지않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야는 네트워크화되는 특성으로 인해 사용자가 늘수록 부가가치는
급속히 증가하는 이른바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인터넷 사용이 TV로 확장되면서 디지털TV를 기반으로 한 컨텐츠나
서비스는 광범위한 고객기반 확보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고객정보를 선점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판매 후에도 고객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주변기기나 소프트웨어 컨텐츠
등으로 판로를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전기업간의 경쟁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부품조달-생산-판매라는 기기 생산 일변도의 모델이 점차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중시하는 모델로 변화해갈 것이다.

최근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디지털기업.인터넷기업을 표방하면서
디지털방송, 소프트웨어, 컨텐츠 등의 사업에 투자나 전략적제휴를 통해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가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e-SONY를 지향하는 일본의 소니사는 이미 영상, 음악, 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디지털시대를 향한 교두보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에도 미국과 일본의 가전기업을 중심으로 인터넷.컴퓨터.방송.통신
관련기업에 대한 투자나 제휴관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방송과 통신이 결합된 e-가전 시대에는 독자 생존보다는 기업간 네트워크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는 기업이 경쟁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인터넷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내부조직을 갖추는 것과 동시에 인터넷상의
정보유통을 장악하여 고객 밀착형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는 사업구조로의
전환이 가전기업의 새로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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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고려대 경제학과
*일본 교토대 경제학박사
*논문-자동차 딜러시스템의 국제비교
*저서-일본형자본주의(공저)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