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위성 도시에 거주하는 Y씨는 결혼할 때 장만했던 비싼한복이 늘
장롱안에 그대로 있는 것을 아깝게 여기다 한복대여업을 하면 어떨까하고
아이디어를 냈다.

정장으로 한복을 꼭 입어야 하는 때가 많지 않으므로 한복이 없는 사람은
마음에 드는 한복을 대여해 주는 업체가 있다면 이용할 고객이 많을거라고
판단했다.

Y씨가 다양한 가격대의 한복을 구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1천5백만원.

사업을 시작할 무렵 A5크기의 단색 홍보전단을 1만장 가량 만들어 신문삽지
광고를 냈다.

광고전단을 돌린 후에는 호기심반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이 제법
있었으나 홍보전단의 위력이 떨어질 때쯤돼선 전화문의 손님이 거의 없었다.

수입이 적어 Y씨의 열의도 식었고 가족들의 협조를 구할 수도 없었다.

Y씨가 대여업에서 실패한 이유는 첫째 지역적으로 한복대여업이 맞지 않는
곳에서 사업을 전개했기 때문이었다.

한복 대여료는 한복의 품질에 따라 2~3일 대여에 2만~5만원선인데 Y씨가
거주하는 곳은 서민층이 밀집돼 있어 이같은 대여료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
하는 고객이 많았다.

둘째 홍보방식이 잘못됐다.

한복대여는 꾸준한 홍보가 필요한 사업이라 단기적 효과를 노리는 신문삽지
광고는 큰 효과를 거둘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유동이 많은 점포에 작은 현수막광고물을 만들어 부착하든지,
상가 정보지등 광고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홍보 수단을 찾았어야 했다.

신문삽지는 명절 전후나 결혼 시즌 등 한복수요가 많은 특정 시즌에만
집중해 활용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셋째, 처음 구입한 한복의 구색이 잘못됐다.

사업 시작 전에 치밀한 시장 조사를 통해 예상 고객층을 분명히 하고 거기에
맞는 한복을 구입해야 했는데 막연히 성인 여성만 고려하고 다양한 종류의
한복을 갖추는 데만 치중한 것이었다.

비즈니스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홈비즈니스로 사업을 전개했기 때문에 살림과 병행해야 했는데 사업 시작전
의 생활과 공적인 업무시간에 명확한 선을 긋지 않았다.

오전 9시부터 5시까지는 분명하게 업무 시간으로 정하고 그 시간 동안에는
사업활성화를 위한 전략 수립이나 홍보 등을 했어야 했다.

그러자면 이전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집안일도 부지런히 해 빨리 마감하고,
이웃집 방문이나 교류 등을 자제해야 했는데 Y씨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Y씨는 "이런 사업이 유망할 것이다"라는 구상만 갖고 경영이나
마케팅 등에는 전혀 준비하지 않은 채 창업을 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KSBI@chollian.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