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을 사야 돈이 되나.

요즘 집을 사거나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들은 혼란스럽다.

블루칩 사이버아파트 등 생소한 말들이 쏟아지고 막상 모델하우스에 가보면
그 차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남의 말만 믿고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에
"묻지마 청약"을 하자니 찜찜하다.

살기 좋고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집을 구하는 방법은 없을까.

정답은 없지만 주거트렌드의 변화를 읽으면 도움이 된다.

건축기술과 정보통신의 발달은 전통적인 기준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남향선호 현상이 퇴조하고 "찬밥"대접을 받던 주방과 식당이 노른자위 자리
를 차지하기도 한다.

물론 아파트값에도 이같은 변화가 속속 반영되고 있다.

먼저 남향선호 퇴조현상을 알아보자.

이전에는 볕이 잘드는 양지바른 집을 으뜸으로 쳤다.

집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남향이냐, 아니냐였다.

그러나 이제는 초고층아파트를 중심으로 남향선호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단열재와 첨단설비의 개발로 냉난방이나 환기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탁트인 시야를 보장받는 조망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업체들도 이젠 향보다 조망권 등 주변환경을 고려해 설계한다.

전망이 좋은 북향이 남향보다 가격이 비싸고 청약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여의도 대우 트럼프월드 분양땐 시야가 확트인 북향쪽이 인기를
끌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예상과는 달리 고층 북서향가구의 분양실적이
남향보다 월등히 좋았다.

최근 쌍용건설이 연세대 건축과학기술연구소와 공동으로 수도권 아파트
거주자 2천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전망이 좋다면 북향도
상관없다"는 응답이 41%나 됐다.

로열층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기존 아파트에선 중상층이 다른 층보다 가격이 5~10% 비싸고 팔기도 수월
하다.

반면 꼭대기층이나 저층은 기피대상이 돼 왔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달라지는 조짐이 엿보인다.

복층형이나 정원이 딸린 저층아파트 등 단점을 줄인 상품들이 나오고
전망이 뛰어난 곳일수록 고층이 대접을 잘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유보다 이용개념이 강화되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높아져 집은 더이상 치부와 투기의 대상이 되기가 힘들다.

재산이 많은 사람들조차 "이젠 집에 많은 돈을 묻어두지 않겠다"는 추세다.

변화의 길목에서는 방향을 제대로 읽는게 중요하다.

고정관념을 깨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승산이 높다.

< 유대형 기자 yoo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