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주가 대조정의 서막인가.

주말인 지난 18일 월가를 강타한 주가 대폭락을 놓고 전문가들 간에 논의가
분분하다.

월가 관측통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그동안 승승장구해 온 나스닥 주식
들이 폭락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었다는 점이다.

첨단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주말 하룻동안 3%나 떨어지는 홍역을
앓았다.

대형 우량주들로 구성된 다우존스 지수와 S&P 500 지수도 각각 2.8%와 3%씩
하락했지만 충격의 강도는 나스닥 쪽이 더 컸다.

신경제 의 상징인 나스닥은 2.18 검은 금요일 이전까지만 해도 연일 신기록
행진을 거듭해 왔다.

폭락하기 하루 전인 17일 나스닥 지수는 4,548.92 포인트로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갱신했었다.

반면 옛경제 주식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는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 1월14일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한달 남짓한 사이에 무려 13%나 곤두박질치는 수모를
겪었다.

증시 분석가들은 디버전스(divergence) 로 불리는 이같은 양대 주가지수
간의 차별화 현상에 대해 신경제가 증시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했다.

그러나 최근 미 통화당국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으로 인해 디버전스
현상에 종지부가 찍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미 통화당국의 수장인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은
17일 하원 금융위원회 연설을 통해 이런 비관론에 불을 당겼다.

그린스펀 의장은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빡빡한 노동시장 등 많은 분야에서
불균형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연설은 월가 투자가와 증시 분석가들에게 즉각 적신호로 전달됐다.

직접화법보다는 우회적인 언급을 택하는 그린스펀 의장의 어법에 비추어
2.17 발언은 당분간 통화 긴축과 금리 인상 조치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나스닥의 기술주와 바이오 주식 등 이른바 테마
종목들도 주가 하락의 소용돌이에 깊숙이 말려들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와의 전쟁 에 대한 그린스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단호하다는
것이다.

J P 모건사의 토마스 코너 국채거래실장은 그린스펀 의장이 17일 밝힌
연설의 요지는 주가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는 금융 긴축을 지속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곧 증시를 주도해 온 기술 바이오 등 테마주들이 거품을 씻어낼
때까지 금리 인하 등 정책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의회 연설을 통해 윤곽을 보다 분명히 드러낸 그린스펀 구상의 핵심은
미국 경제가 이상 과열의 조짐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고, 이는 증시 과열로
부의 효과에 도취해 있는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분야로까지 소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증시 과열을 해소하지 않는 한 경기 연착륙은 불가능
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의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지난 주 미국 증시에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제너럴 일렉트릭 등 구경제 종목에서부터 아마존, e베이,
야후 등 신경제 종목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주식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월가 관측통들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당분간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이번주에도 증시의 불안한 행보가 계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다우 존스 지수의 경우 심리적 마지노선 으로 여겨져 온 1만3백포인트
가 지난 주말 허물어짐에 따라 최후의 방어선인 1만선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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