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각중 경방 회장(74)이 재계의 총 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 26대 회장에
취임했다.

화합을 바라는 재계의 바람을 매몰차게 뿌리칠 수가 없었다.

김 신임 회장의 선친인 김용완 회장 역시 지난 64년 전경련 4대 회장직
수락을 거부하다 결국 책임을 떠맡았다.

공교롭게도 부자가 자의반 타의반 전경련 회장을 맡게 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김우중 전 전경련 회장의 퇴임이후 대행자리를 맡았던 김
회장은 정식 회장에 취임했지만 마음은 무겁다.

그가 헤쳐가야할 외풍과 내홍이 그만큼 거세다.

김 회장은 전경련의 개혁을 강한 톤으로 요구하는 정부 경제관료와 국민들의
정서를 받아들여 변신을 서둘러야 한다.

"오너클럽"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회원사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경제단체로 거듭나야 할 책무가 있다.

빅딜(대기업 사업교환)과정에서 모래알처럼 갈라진 재계의 화합을 꾀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

그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재계의 화합없이 전경련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최근 "전경련 무용론"이 고개를 든 것도 대기업간 갈등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한데 이유가 있다.

회원사간 반목하는 분위기에서 전경련이 사회공헌활동을 주창한 들 믿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김 회장은 학식과 덕망을 갖춘 원로로 평가받고 있다.

마흔이 넘어 늦깍이 경영인으로 출발했지만 그는 항상 상식을 강조하며
기업을 이끌어왔다.

재계는 그런 성품이 전경련발전의 토대를 쌓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