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팝아트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는 원래
거리의 낙서광이었다.

전기기사로 일하며 건물벽이나 담장등에 닥치는 대로 뭔가를 그려대던중
마약값으로 준 한장의 그림이 평론가 르네 르카드의 눈에 들면서 일약 스타가
됐다.

자동차 비행기 왕관 삐죽삐죽한 머리카락이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유치원생
의 낙서처럼 보인다.

정신의학자들은 낙서가 표현본능의 발로이자 타인을 향한 말걸기라고 설명
한다.

마음속에 감춰진 불만이나 고민을 남몰래 털어놓음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얘기다.

낙서에 관한한 아이들과 어른,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없는건 이때문
이라 할 것이다.

거리낙서로 몸살을 알아온 프랑스 파리시가 1년간 낙서와의 전쟁에 돌입
한다고 선언했다는 소식이다.

시내 빌딩 3분의1이 낙서로 얼룩져 도시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는 만큼
1백7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우고 벽표면에 코팅을 해 다시 낙서해도 금방
없앨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벨기에 브뤼셀시도 1997년 성당건물까지 낙서로 뒤덮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처럼 되는 걸 막겠다며 벽면낙서자 전면소탕전을 벌인바 있다.

실제로 파리의 아파트벽 관청담장 철길위 다리 난간은 스프레이로 휘갈긴
글씨와 그림으로 어지럽다.

독일이나 영국도 마찬가지다.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거리낙서가 이처럼 늘어나는 건 낙서를 공해로
보는 기성세대와 달리 예술로 보는 젊은층이 많은 까닭이라고 한다.

거리낙서는 보통 스프레이페인트를 이용한 그래피티(graffiti)기법으로
이뤄진다.

60년대후반 흑인들이 뉴욕의 브롱크스를 중심으로 건물벽 등에 그리면서
시작된 뒤 80년대 들어 미술의 한 장르로 인식됐지만 낙서냐 예술이냐의
논란은 여전하다.

국내에도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건너편을 비롯 곳곳에 그래피티가
늘어나고 있다.

도시미관용 벽화는 잘못 그리면 성형수술 망친 얼굴같거니와 이대로 가면
서울도 자칫 거리낙소로 골치를 썩일지 모른다.

서울의 뒷골목이 국적 불명의 스프레이 그림으로 뒤덮이지 않았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9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