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사외이사제도 역사는 일천하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일부 은행에서만 시행되던 생소한 제도였다.

98년 상장기업에 대한 사외이사 25%가 의무화되면서 사외이사수는 급속히
확대됐다.

그러나 사외이사제도는 수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직 당초 기대했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에 비해 사외이사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들이 지불하는 비용은 매우 크다.

연간보수 약 2천5백만원에다 교육비, 배상보험료 등을 포함할 경우 많게는
1인당 연간 1억원의 비용이 들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효성도 없이 돈만 드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외이사제도의 현주소다.

사외이사제도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사외이사의 전문성 부족을 들 수 있다.

사외이사 적임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급속히 사외이사를 확대하다
보니 초래된 당연한 결과다.

4대그룹의 사외이사중 기업경영 경험을 가진 경우는 17%에 불과하고 대학
교수, 관료.정치인, 변호사 등 기업경영과는 거리가 먼 직업종사자가 대부분
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다 정부 계획대로 사외이사 비율을 50%까지 확대할 경우 과연 기업들
이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거나 한 사람이 여러 곳의
사외이사를 겸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수 밖에 없게 돼 있다.

사외이사 자격요건과 임명절차도 문제다.

현재의 사외이사 자격요건은 경제.경영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자로 막연히 규정돼 있다.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임명절차도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러다 보니 사외이사의 대부분은 대주주에 의해 임명되고 심지어 전임
임원인 경우도 10%가 넘는다.

또한 사외이사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도 문제다.

기업경영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귀찮게만 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보유출을 우려하여 사외이사들에게 핵심적인 기업정보
에는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데는 사외이사들의 전문성과 책임감 부족에도 원인이 없지 않으나
기업들이 사외이사도 엄연한 이사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사외이사 입장에서도 책임보장 장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투자결정 등 핵심
경영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간여를 달가워 할리가 없어 "거수기" 노릇만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제도는 정착시켜야 할 제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수용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
하게 도입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

따라서 사외이사제도를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보다는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수용여건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전문성.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선임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도 분명히 하고 이에 걸맞는 배상보험 등의 보장
장치도 마련해 줘야 한다.

아울러 부족한 사외이사 인력풀을 먼저 양성하고 이에 맞게 단계적으로
사외이사를 확대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 최경환 논설.전문위원 kghwcho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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