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사외이사 지망생들의 줄대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3월 주총시즌이 가까워지면서 전직 정치인 관료 단체장 출신 등 기업들로선
괄시하기 힘든 인사들의 청탁이 줄을 잇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들이 경제부처 은행 각종 정부기관 등 전직 배경은 물론
정치권의 입김까지 동원하는 바람에 기업총수들이나 최고경영자들은
곤혹스럽다.

특히 힘있는 현역 정치인들의 추천케이스는 뿌리치기 힘들어 "위인설관"식
으로 선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외부청탁을 들어주느라 내부 추천자리를 아예 없애 버린 기업도 한둘이
아니다.

기업안팎의 낙하산인사들이 판을 치다보니 능률협회나 대한상의가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양성하기 위해 개설한 "사외이사 양성 아카데미" 수료자들
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외이사 자리를 획득한 이들의 활동실적은 형편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8일 2백98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대이하다.

사외이사 구성비율중 사내이사의 중요한 경영판단을 거들 수 있는 경영인
출신은 30.2%에 불과하다.

미국의 81.1%에 비교하면 형편없다.

특히 사외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기업인들의 응답이 31.9%에
불과하고 불만을 느낀 경우도 8.4%에 달했다고 전경련은 밝혔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내년부터 상장기업(자산
2조원 이상) 사외이사 비율을 25%에서 50%로 확대키로해 기업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 정구학 기자 cg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