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종합상사와 LG, SK상사는 화학분야제품을 다룰 인터넷 무역사이트를
공동 구축하기 위해 18일 서울 계동 현대상사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한다.

그룹의 수출창구 역할을 해왔던 종합상사들이 경쟁기업과 손잡고 함께
일하는 셈이다.

고정거래처 이탈과 기존 인력의 축소라는 제 살 깍아먹기를 무릅쓰고
이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인터넷.

인터넷을 통해 제조업체들이 각종 제품 정보와 가격까지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상품중개라는 종합상사의
비즈니스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종합상사들이 바이어와 제조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전자상거래망을
구축한 것도 기존 메이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정보교환 및 거래성사, 지불처리 및 물류 서비스까지 가상공간에서 처리
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제품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업계및 신기술 동향을 공유할 수 있는
"애프터 서비스"는 기본이다.

이제 종합상사의 주 수입원은 기존의 거래수수료가 아닌 사이트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거래차익과 정보제공료, 광고비, 회원 가입비가 된다.

메이커에는 정보 탐색비용을 아껴 생산비를 줄여 주고 종합상사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윈-윈 게임"이다.

이러한 방식의 인터넷 무역은 철강과 선박, 기계, 플랜트 등 전 산업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물론 단품 거래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업무효율화는 기본이다.

(주)쌍용 철강금속팀의 조모(29) 사원은 지난해 인터넷 실무과정을 교육
받은지 한달만에 1백만달러어치의 철강 반제품인 빌릿을 중국에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인터넷은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제품과 가격정보를 비교,
분석해 내는 환경을 제공한다.

무역전선을 무한대로 확대했지만 일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바이어를 자동검색하고 메일포스팅을 대신하는 프로그램 덕분이다.

종합상사는 이제 마케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산활동에 필요한 원자재
조달과 제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생산을 제외한 전 산업부문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망을 형성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SK, LG, 삼성, 현대 모두 핵심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추진중인
전자조달(MRO) 사업이 그 예다.

MRO는 사무용 가구에서부터 컴퓨터를 비롯한 네트워크 장비, 생산기계및
플랜트 등을 인터넷을 통해 조달하는 사업이다.

사업내용 뿐만 아니라 추진방식도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같은 고도의 오거나이징 기능도 사이버공간
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수억달러에 이르는 대형 설비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필요한 설계와
기자재, 금융 등 각 부문의 정보조달도 가상공간을 통해 이뤄진다.

최초의 정부 입수자가 각 분야별 사내 전문가를 사내 통신망으로 동원해
"사이버 컴퍼니"를 만들고 자신이 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기업의 기본 단위가 네트워크를 통해 분자처럼 이동하는 개인으로 바뀌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경우 이와같은 "하이퍼텍스트(Hypertext) 조직"을 통해
진행중인 프로젝트 건수만 30여건에 이른다.

이처럼 개인의 전문성과 인터넷, 오프라인상의 네트워크망이라는 인프라가
결합되면서 종합상사는 신속하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기동력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 1년동안 국내 종합상사가 새롭게 시작한 인터넷 비즈니스만도 인터넷
쇼핑몰과 20여개가 넘는 전문몰, 인터넷 방송, 벤처투자, 전자화폐, 헬스케어
등 수십가지가 넘는다.

기업도 스피디한 의사결정과 기업행동을 실현할 수 있도록 조직을 네트워크
형 지주회사로 바꿔 가고 있다.

SK상사는 오는 2005년까지 전 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모든 사업부를
분사할 계획이다.

삼성물산도 각 사업부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디비전 컴퍼니''제를 올해
초 도입했다.

2005년까지 1백여개의 투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로 남는다는 계획이다.

종합상사들은 이처럼 인터넷이 몰고온 위기를 기회로 바꿔 가는데 전력
하고 있다.

정보와 유통, 물류, 금융기능이라는 기존의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제조업체
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가의 역량
에 따라 생존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