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을 잡아라"

벤처기업들이 인기인을 영입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잘 나가는 스타들은 엄청난 팬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일반인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흡입력도 강하다.

벤처기업들이 이들의 유명세를 빌려 무명의 회사를 일반인에게 손쉽게
알리려는 것이다.

또 단순한 광고 홍보효과를 넘어 이들을 경영이나 실무에도 활용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른바 벤처업계에 불고 있는 "스타 마케팅"( Star Marketing ) 열풍이다.

<> 왜 생기나 =스타 마케팅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선 이미 전략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미국 LPGA(여자프로골프협회)투어에서 활약중인 박세리 선수나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간판투수인 박찬호 선수는 스타의 위력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박세리 선수의 스폰서를 맡고 있는 삼성물산의 경우 그가 세계 일류의
골퍼로 명성을 날리면서 수억달러의 광고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박찬호 선수와 광고모델 계약을 맺은 삼보컴퓨터는 매출 신장과 인지도
향상에 결정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스포츠 스타는 물론 연예인들도 벤처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워지고 있다.

예전엔 연극영화과 출신이 주류를 이루던 연예인들이 최근엔 경영학 등
기업 실무를 전공하거나 해외 유학을 다녀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들의 인기와 능력을 이미지 홍보와 마케팅 등 경영에 쓸 수 있다.

<> 사례 =벤처업계에 스타 마케팅 열기를 몰고온 회사는 정보통신업체인
한별텔레콤이다.

지난해 7월 미국 LPGA투어의 김미현 선수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 무명의
이 회사는 일약 유명 벤처기업으로 떠올랐다.

김 선수가 지난해 9월 스테이트팜레일클래식과 10월 베시킹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등 쏠쏠한 재미도 봤다.

이 회사는 내친 김에 12월 주니어골프대회도 만들어 화제를 뿌렸다.

한별텔레콤의 성공에 자극받아 다른 벤처기업들도 잇달아 스타 마케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등록한 정밀기기 제조업체인 네스테크는 한국 최초의
모터스포츠 전문기업 카맨파크를 설립했다.

이때 연예인팀인 "라이거 스타"를 창단했다.

이 팀에는 영화배우 독고영재(단장)씨를 비롯 이세창(팀장), 허준호 이주노
조은숙 진재영 등 인기 연예인 10명이 정회원으로 참여했다.

준회원까지 합하면 30여명에 달한다.

카맨파크는 정회원들이 레이싱라이선스 시험을 보게 해 전문 카레이서로
변신시켰다.

이들은 모두 카맨파크의 마케팅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인 IOI커뮤니티는 지난해 8월 미스코리아 출신 패션모델
한성원씨를 홍보실장으로 데려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주립대와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한 실장은
자신의 전공을 살리기 위해 홍보와 마케팅을 맡고 있다.

이 회사의 주주로도 참여해 연구개발을 제외한 경영 전반에도 관여하고
있다.

JS정보통신은 최근 여성전용 스포츠전문 커뮤니티사이트인 "스포탑"
( www.spotop.com )을 열고 농구 국가대표를 지낸 손경원 선수를 마케팅
담당이사로 앉혔다.

손 선수는 한국체대의 스포츠벤처 창업연구회 활동을 발판으로 서울대
기술진과 함께 신생 벤처기업에 합류했다.

불우한 환경의 스포츠 꿈나무를 돕기 위한 온라인 자선경매 이벤트와 스포츠
스타들의 소장품 경매사이트가 그의 작품이다.

오는 3월엔 유료 다이어트서비스와 남성전용 스포츠 커뮤니티사이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회사에는 스포츠광으로 알려진 탤런트 변우민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무인자동화호텔 체인사업을 벌이고 있는 조아는 코미디언 배일집 씨를
조아텔 분당점 사장으로 영입했다.

배일집 사장은 분당점 경영을 전담하는 동시에 이 회사의 홍보와 마케팅
전략 수립도 돕고 있다.

조아는 전국에 조아텔 체인망을 갖추면서 인기 스타를 마케팅과 경영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디지털 보안감시장비 개발업체인 성진씨앤씨에는 탤런트 손지창이
주주 겸 사외 홍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영어회화 강사로 유명한 민병철씨는 최근 벤처기업을 세우면서 개그맨
이경규를 홍보이사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전망 =스타 마케팅의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일반인에 낯선 기업 인지도를 단숨에 대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며
주가상승 등 부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

신인을 발굴해 마케팅에 활용할 경우 스타가 커가면서 기업이 동시에
성장하는 모습도 간간이 볼 수 있다.

인기 스타들은 기업 실무에 참여하면서 경영에 입문할 수 있으며 스톡옵션
등 실익도 쏠쏠하게 챙길 수 있다.

벤처기업과 스타 모두 이익을 보는 윈윈( Win-Win ) 경영전략인 셈이다.

카맨파크의 최상기 사장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워싱턴 위저즈의
구단주를 맡자 이 구단의 인지도가 급상승한 것은 스타 마케팅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앞으로 벤처기업과 스타 간의 전략적인 짝짓기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 정한영 기자 ch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