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돈의 움직임은 이와 반대다.

돈은 좀 더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쪽으로 흐르는 속성을 가진다.

최근 주식시장의 자금도 빠르게 이동중이다.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거래소 시장에 들어오던 자금이
대거 코스닥 시장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장외시장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장외시장에서 우량한 기업의 주식을 선점해 한단계 높은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수익은 항상 고위험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거래소 상장종목이나 코스닥 등록기업과 비교하면 장외시장 기업들은 "부도"
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런 위험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고수익을 달성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투자자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 등장한 펀드가 최근 잇따라
시판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KTB자산운용의 "벤처&벌처 1호 펀드"는 여러가지 면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 여타 펀드들에 비해 장외주식의 편입비중이 높다.

펀드자산의 30%까지 장외시장종목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금 판매중이거나 운용중인 펀드중에서는 편입비율이 가장 높다.

또 오랫동안 장외기업에 대한 투자를 담당해온 KTB(한국종합기술금융)의
인력들이 펀드운용을 뒷받침한다는 점도 마음 든든한 부분이다.

"벤처&벌처 1호 펀드"는 지난 1월말 판매를 시작해 현재 4백59억원 규모로
운용중이다.

장외종목을 포함해 고객자산의 80%까지 주식에 투자하는 공격적인 펀드다.

채권과 유동성 자산의 비중은 20%수준.채권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 위주로 편입되기 때문에 실제 주식투자비중은 80%를 넘는다.

투자기간은 3년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성장성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인 만큼 다른 뮤추얼
펀드(보통 1년)에 비해 투자기간이 길다.

3년짜리 펀드이므로 이 기간동안에는 원칙적으로 환매가 불가능하다.

물론 코스닥 등록을 통해 어느 정도의 환금성은 보장되지만 대체로 일정비율
만큼 할인된 가격으로 유통되므로 어느 정도의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

투자대상도 다른 펀드와 차별화된다.

장외시장의 벤처기업을 포함해 화의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장기업에도
투자한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벌처펀드"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는 뜻이다.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투자해 이를 정상화시킨
후 주식을 되팔아 초과수익을 노린다.

이런 역할을 감안해 이 펀드는 "구조조정 기금펀드"로 지정돼 있다.

이에 따라 종목당 편입한도나 사모에 대한 규정 등이 다른 펀드에 비해
완화됐으며 비상장주식 매매에 따른 양도소득세도 면제된다.

장외종목 투자에 대한 안전장치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대한전자공학회장인 김덕진 박사를 포함한 전문가 7명으로부터 벤처기업의
기술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으며 종목당 편입한도도 5%로 제한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조영찬 펀드매니저는 "투자종목의 70~80%는 KTB와
공동투자해 위험을 줄이고 내부적으로도 컴플라이언스팀을 통해 자산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KTB자산운용은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장외시장으로 쏠리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곧 "벤처&벌처 2호 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투자자를 모집하며 모집금액은 1천억원으로
정했다.

최소투자금액은 3백만원이며 대우 대신 교보 등 증권사와 조흥은행 등을
통해 판매한다.

< 안재석 기자 yagoo@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