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 과학기술자문회의 사무처장 >

올들어 코스닥시장이 계속 출렁거리고 벤처열풍이 한국경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국 MIT대의 레스터 서로 교수는 일찍이 노동자들이 저임의 농업을 떠나
제조업으로 자리를 바꾸는 제2의 산업혁명을 거쳐 다시 제조업을 떠나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제3의 산업혁명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90년대 이후 선진국의 제조업 고용비중은 20%를 밑돌고 있다.

미국은 이미 90년대 중반에 16%내외였다.

최근 정부의 벤처육성정책에 힘입어 한국의 벤처기업수가 5천개를 넘어섰다.

2005년에는 4만개에 달해 고용인구도 1백20만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보통신산업을 주축으로 국내 인터넷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섰고
세계 인터넷 인구도 1억5천만명에서 2005년에는 7억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1백일마다 사용량도 2배로 늘어나고 있어 가히 예측을 불허할 정도의
폭발적인 시장수요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벤처기업 열기는 코스닥과 함께 최근 경제계의 화두가 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의 핵심 지식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벤처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벤처의 특징인 고위험하에서의 고수익 (high-risk,
high-return) 을 외면하고 코스닥등록을 통해 기업가치만을 부풀리는 데
매달리고 있다.

최근 벤처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한국경제신문의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81%가 벤처기업 주가가 미래가치에 비해 과대 평가됐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경향은 그동안 IMF 관리체제하에서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와 이제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제조업의 추락 내지 공동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이 제조업에의 진출을 기피하거나 제조업을 떠나는
현상은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도 탄탄한 제조업과 기술을 바탕으로 지식기반산업을 적극적
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들어 네차례에 걸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91년4월 이후 9년
동안 최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호황은 지난 80년대의 어려운 경제여건하에서도 첨단 기술과
정보통신을 주축으로 한 제조업의 생산성향상이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추락해 가는 우리의 제조업회생을 위해서는 우선 세제 금융제도 등을 통한
정부의 간접지원제도를 확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업은 새로운 기업가 정신으로 제조업 자체의 지속적 정보화
지식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과 지식기반 제조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노력이
요청된다.

나아가 제조업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벤처산업의 실질적인 기반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연전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실리콘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경제적.
기술적 요인외에 10개의 문화적 요인을 들고 있다.

그 중 핵심 요인이 실패와 배반을 묵인해 주는 사회풍토다.

채무자가 투옥된 적이 없었던 미국에서는 파산을 "프러시아 전투에서 입은
흉터"처럼 자랑스럽게 여긴다.

반면 파산이 중죄에 해당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러한 건전한 실패를
어떻게 수용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문화적 과제다.

또한 지난 57년 8인의 배반자가 미국 서부의 스코클리 연구소를 떠나
페어차일드사를 설립하고 이어 인텔사 등 37개사를 배출한 것은 창업을
위해 소속회사를 과감히 떠나게 하는 이러한 배반에 대한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벤처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완화이다.

벤처기업 등록요건도 단기적으로는 강화하되 육성기반이 확립되는 대로
과감히 폐지해야 할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벤처기업의 특성상 정부의 지원제도에 따른
각종 규제에 얽매이게 된다면 이미 벤처의 진정한 의미는 사라지게 된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사람들은 정부와 멀리 떨어질수록 좋다고 생각하면서
80년대 중반 일본의 반도체 수입품 잠식을 막기 위해 정부 주도로 맺은
반도체 무역협정을 아직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벤처기업이 제조업과 함께 쌍두마차를 이뤄 미래 우리 지식기반산업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지원체제를 구축하는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 ogk@ hpcnet.n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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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금속공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미국 조지워싱턴대 과학기술정책 석사
<>행시 21회
<>과학기술부 기술정책국장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