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선에 묶여 있는 전자와 X선이 초속 5백km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
한다. 이들은 지구상공에 떠있는 인공위성의 통신망을 교란시키고 지자기
폭풍을 일으켜 정전사고를 유발한다. 비행기나 배의 항법장치에 이상이 생겨
서로 충돌하는 참사가 빚어질 수도 있다"

최근 태양의 흑점수가 증가하면서 태양 폭발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
가 높다.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올해는 태양의 흑점수가 11년만에 최대로 늘어나는
극대기.

5~6월께에는 태양활동이 최고조에 달해 지구에 이같은 피해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태양활동이 활발해진다 =태양의 흑점은 11년을 주기로 변동한다.

흑점수가 달라지는 것은 태양의 자기장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문연구원의 관측에 따르면 극소기인 1996년에 월 20여개의 흑점이 발견
됐으나 최근에는 그 수가 2백여개로 늘었다.

흑점이 검게 보이는 이유는 이곳의 온도가 다른 곳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대략 태양표면의 온도는 섭씨 6천도 정도이나 흑점은 1천~2천도가 낮다.

흑점이 많다는 것은 태양 표면의 자기활동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태양 표면에서 플레어나 홍염과 같은 폭발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홍염은 태양내부로부터 분출된 물질이 수만km 상공으로 치솟는 불기둥을
말한다.

플레어나 홍염의 강도가 세지면 태양풍이 강해지고 코로나 물질분출현상
(CME)이 일어난다.

<> 어떤 피해를 입히나 =태양 폭발현상이 활발해지면 태양풍이나 CME가
포함하고 있는 X선 감마선 등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를 향해 쏟아진다.

또 대량의 전자와 양성자가 밀려오면서 전리층의 밀도를 증가시켜 각종
사고를 유발한다.

X선이나 감마선은 인공위성 내부에 있는 컴퓨터칩을 손상시켜 인공위성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또 고공비행을 하는 우주비행사나 항공기 승객의 건강에 악형향을 미칠 수
있다.

전자와 양성자가 급격히 늘어나면 인공위성의 자세를 제어하기가 어려워
진다.

따라서 지구의 통신시설과 전파를 주고 받지 못해 통신 교란이나 단절이
생긴다.

또 지구의 자기권에 잡힌 전자들이 지자기 폭풍을 일으켜 지하에 매설된
고압선에 합선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경우 태양활동이 강력해진 해에는 심장병 환자가 평소보다 20% 증가
했다는 보고도 있다.

천문연구원 박영득 박사는 "태양 표면에서 폭발현상이 일어나 태양풍이
지구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3일에 불과하다"며 "지난 89년과는 달리
지구상에 수백개의 인공위성이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우주환경예보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양활동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액은 연간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7년에는 미국 AT&T사가 쏘아올린 텔스타(Telstra) 위성의 회로가
단절되는 사고가 발생해 2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태양활동의 극대기였던 지난 89년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하이드로퀘벡
발전소에 정전사태가 생겼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약 3억달러에 이르렀다.

<> 어떻게 대응하나 =태양표면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폭발을 관측할 수
있다면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화할 수는 있다.

이에따라 선진 각국을 중심으로 태양활동 예보연구가 한창이다.

항공우주국(NASA)은 꾸준한 관측을 통해 태양활동을 예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태양표면에서 코로나의 질량방출이 생겨날때 거대한 모양의 S자가
나타나는 것이 발견된 것.

S자가 나타나면 반드시 거대한 태양폭발현상이 뒤를 이었다.

따라서 태양에서 방출되는 전자 양성자 X선 등이 지구에 도달하기전에 인공
위성이나 지상의 전자장비들의 전원을 임시로 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선진국들은 이를 위해 우주환경예보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태양활동 현상이 발생하면 TV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일본은 일반인이 날씨를 알아보듯이 공중전화를 통해 태양활동을 수시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지난 95년에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프랑스 호주 등 선진 10개국이 공동
연구그룹을 만들어 태양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천문연구원이 흑점수 변화추이조사와 플레어망원경을 이용한
태양표면의 활동현상을 감시하고 전파연구소가 지구 전리권의 전자밀도를
측정하고 있으나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때문에 태양활동 예보에 필수적인 태양풍의 속도를 측정하는 분광장치나
위성자료분석 시스템 등의 도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김태완 기자 twkim@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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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운명 ]

태양의 폭발현상이 계속되는 것은 중심부에서 끊임없이 핵융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태양은 전체질량의 75%가 수소, 25%가 헬륨으로 구성돼 있다.

태양중심부에서는 4개의 수소핵이 융합돼 헬륨으로 변한다.

이때 질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즉 수소 1g이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면 헬륨의 질량은 0.993g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감소된 질량만큼 에너지로 변하는 것이다.

1g의 수소가 헬륨으로 바뀔 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약 17만5천Kw.

이것은 석탄 20톤이 내는 에너지와 같은 양이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의 속도, 즉 시간당 소멸되는 수소의 질량을
알면 태양의 나이와 수명을 추정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태양의 현재 나이는 1백억년이고 앞으로 1백억년을 더 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양은 내부에 핵융합 반응으로 만들어진 헬륨이 쌓이면서 점차 불안정해
진다.

밝기는 차츰 증가해 더욱 많은 빛과 열을 낸다.

이 때문에 수성처럼 생물이 살 수 없는 조건이 된다.

바닷물은 증발하고 하늘은 수증기와 구름으로 뒤덮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앞으로 20억년 후의 일이다.

다시 50억년 정도가 지나면 태양도 내부에너지가 소멸돼 결국 빛을 잃어
버리게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