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 안다고 창업 성공하는 건 아니다 >

적성에 맞는 업종선택과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창업 성공의 중요한 요건
으로 꼽힌다.

이때문에 예비 창업자들은 자신의 경력과 관련되는 분야에서 업종을 선택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업무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해당 업종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자금,
입지, 경제흐름, 소비트렌드 등이 종합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부산 해운대에 사는 P(29.자영업)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컴도사다.

더군다나 컴퓨터 관련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P씨가
조립PC판매점을 창업한다고 했을 때 누구도 실패를 예상하지 못했다.

초도물품구입비 2천만원, 점포임차 보증금 1천만원을 포함, 3천만원이 조금
넘는 자금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조립 PC의 마진율은 4~5%로 매우 낮은 편이지만 해운대 백화점 부근은 유동
인구가 많아 창업 후 3~4개월 동안은 순수익이 4백여만원에 이를 정도로
호응도가 높았다.

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자금이 부족해지면서부터.

사업초기 손님이 많을 때는 자금흐름에 어려움를 느끼지 못했으나 경기가
나빠지고 손님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빠듯한 자금력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컴퓨터는 고가제품이라 매장에 10여대 이상 비치하려면 구입비용이 상당
하다.

소프트웨어도 1천개 단위로 구입하는 것이 관례라 한번 물건을 들여올
때마다 3백만~4백만원이 소요된다.

운영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차츰 주변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점포 입지선정에 실패한 것도 매출 감소의 한 요인이었다.

P씨의 점포가 있는 곳은 비교적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었지만 해운대를
찾는 행락객이 대부분이라 실수요로 연결하기가 힘들었다.

급기야 월수익이 매장유지비에도 못미치는 1백만원대로 떨어졌다.

어쩔수 없이 직원 2명을 내보내고 혼자 점포를 지키다 결국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당시 창업자금 4천만원 중 남은 돈은 점포임차 보증금 1천만원이 고작
이었다.

컴퓨터 조립판매업은 기술만 가지면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경쟁력을 가지려면 상당한 자금력이 필요하다.

사업 초기에 최소한 1억-3억 정도는 가져야 한다.

P씨의 경우 자금력 없이 일을 단지 잘 안다는 자신감만으로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천리안 GO LKH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