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온 아파트 분양가가 다시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신규 분양시장이 냉각되자 주택업체들은 분양가를 속속 낮추고
있다.

분양가 인하 움직임이 가장 뚜렷한 곳은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는 용인
이다.

이달말부터 이곳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려는 업체들은 평당 분양가를 지난해
보다 50만원이상 내리고 있다.

다음달 구성면 언남리에서 8백10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할 동일토건은 평당
공급가격을 5백5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인근에서 분양된 LG빌리지나 삼성쉐르빌보다 평당 1백만원가량
낮은 것이다.

수지에서 15일 1순위청약을 받는 성원건설도 아파트가격을 주변보다 평당
50만~70만원 낮은 5백50만~5백70만원으로 결정했다.

이달말 수지에서 LG빌리지 6차를 공급할 LG건설도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80, 90평형대를 없애고 가격도 평당 20만원안팎 낮췄다.

분양가를 내리기가 곤란한 업체들은 마감재를 고급화하거나 대금납부 조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상반기 용인 수지에서 두차례로 나눠 아파트 공급을 계획중인 현대산업개발
은 초기분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감재 수준을 높이고 대금납부 조건을
조정하는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시행사와 협의할 예정이다.

올해 아파트를 공급할 다른 주택업체들도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요자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묘안을 찾기 위해 고심중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한 용인에서 분양가인하 바람이
시작됨에 따라 일산 김포 등 다른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아파트값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입장에선 보다 좋은 조건으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투자자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선 신중해야 한다.

"떴다방"들이 조성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청약"을 하기보다 마음에
드는 아파트가 분양될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게 좋다.

특히 청약이 3순위에서 마감되는 곳은 경쟁률이 아무리 높아도 주의할 필요
가 있다.

인위적로 조성된 거품은 쉽게 가라앉게 마련이다.

청약하려는 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현황과 분양시기를 사전에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처럼 분양시장이 침체돼 있을땐 평소 눈여겨 보았던 아파트에 소신청약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공급물량이 몰려 있을땐 업체들의 경쟁으로 구입조건이
좋아지는 경향이 높다.

가격과 조건을 꼼꼼히 따져본 후 결심이 섰을땐 망설이지 말고 실행에
옮기는 게 낫다.

< 유대형 기자 yoo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