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일각에서 외환수급 관리차원에서 공기업 해외매각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서자 여당에서도 이에 동조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달러가 넘쳐 환율이 달러당 1110원대 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
에서 외환수급 차원에서 공기업 해외매각 시기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외매각을 연기할 경우 선거를 앞두고 민영화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과 맞물려 민영화 의지를 결정적으로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기업 해외매각에 대한 토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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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영 < 금융연수원 국제금융팀장 >
오연천 < 서울대 교수 > ]

-현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오연천 교수 =현정부의 민영화 정책은 과거보다 진일보 했다고 볼 수
있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립 추진된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까지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민영화를 추진중이다.

문제는 앞으로 있을 핵심공기업의 민영화추진에 있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일 것이냐가 관건이다.

<>이장영 팀장 =당초 민영화 계획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국유화된
은행의 재민영화 문제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사회에서도 이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유화된 은행의 민영화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보나.

<>이 팀장 =BIS 비율, 부실자산기준, 대손 충당금 등에 있어 국제기준
도달시 즉시 민영화가 추진돼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후 추가 발생한 부실을 치유하고 부실분류 기준이 FLC(미래
상환능력)기준으로 돼야 국제기준에 도달할 수 있다.

실물경제 여건에 따라 국제기준 도달시기는 달라질 수 있으나 금년하반기에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영화시에는 지배주주의 출현을 막고 있는 은행법 개정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밑그림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오 교수 =관치금융 청산을 위해서는 주인있는 민영화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과거같이 은행을 주인없는 상태로 놔두는 민영화는 하나마나한 민영화다.

-민영화 계획상 해외매각 대상 공기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오 교수 =한국통신, 포항제철, 한국전력, 담배공사, 가스공사 등 핵심
공기업이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DR발행을 통해 52억달러의 공기업 지분이 해외매각 됐다.

포철 13억6천만달러, 한국통신 24억9천만달러, 한전 7억5천만달러 등이다.

<>이 팀장 =해외매각 형태는 DR발행을 통한 외자유치 뿐아니라 전략적 제휴,
자회사 매각 등 다양한 형태가 계획돼 있다.

한국통신, 담배공사, 포철, 가스공사에 대한 추가 DR발행이 계획돼 있고
한국중공업, 한국통신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통한 외자유치도 계획돼 있다.

이밖에도 한전의 자회사 매각이 추진될 계획으로 있다.

-공기업 해외매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과 긍정적인 시각이 동시에
있는데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 교수 =공기업 해외매각은 한국경제 구조개혁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선진경영기법을 접목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환란직후 부족한 달러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목표도 있었다.

외자유치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목표인데 이를 해외매각의 직접적인 목표로
인식하는 "목표의 전이"경향도 있었다.

<>이 팀장 =국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만든 우량 공기업을 해외에 매각
하는데 따른 부정적인 시각도 있어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기업 해외매각은 국민경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정책임이 분명하다.

작년까지는 달러확보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울러 민영화를 통해 공적자금 투입과 복지지출을 위한 재정수입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전 가스공사 등 기간산업의 해외매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오 교수 =전방파급 효과가 높은 대표적인 산업이 전력산업이다.

전력수요 증가율도 두자릿 수를 기록하고 있고 통일후의 전력수급 등을
감안할 때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상징적인 전시효과에 집착해 해외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곤란하다.

<>이 팀장 =우량 기간산업은 위기발생시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제2선의 보유고 역할도 할 수 있다.

남미의 대부분 국가들이 우량 공기업매각을 통해 위기극복 재원을 조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외환수급 차원에서 공기업 해외매각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

<>이 팀장 =작년 외환시장에는 100억 달러의 공급초과가 있었는데 금년에도
이에 못지않은 공급초과가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작년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나 만기도래
외채규모가 작년보다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과 대만을 투자유망 지역으로 보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통한 간접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원화가치는 상당한 절상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연말에는 환율이 1000원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는 외국인 투자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기업 해외매각 시기를 조절하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취해야
할 조치다.

<>오 교수 =기본적으로는 동감이다.

그러나 외환수급 조절 때문에 민영화 정책의 근본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한번 민영화 의지가 흔들리면 새로운 전기를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특히 선거철을 앞두고 민영화 반대 목소리가 많이 들리고 있는데 이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해외매각 시기를 조절할 경우 어떤 공기업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나.

외환수급 관리에는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이 팀장 =경영효율 제고와 무관한 포철, 담배공사, 한국통신, 가스공사
DR발행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적어도 상반기 중 DR발행이 추진돼서는 곤란하다.

하반기에는 제2차 외환자유화가 계획돼 있고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
원화가치 상승압력이 현저히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환수급 측면에서 공기업 해외매각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금년 달러 공급초과 예상분 100억달러의 절반 이상이 공기업 해외매각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시기를 조절할 경우 환율변동폭을 줄이고 환율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오 교수 =해외매각의 대전제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매각시기에 대해서는
신축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익이 극대화 되도록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외매각 시기를 조절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개혁의지의 후퇴로
비쳐질 가능성은 없나.

<>이 팀장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는 남미,러시아 위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들은 재정부실이 위기의 원인이었기 때문에 공기업 민영화로 재정수입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따라서 민영화 후퇴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위기는 민간부실이 원인이 됐고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민간부실이 어느정도 치유됐다고 보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Traffic Control"차원의 물량조절은 통용되는 정책이다.

<>오 교수 =외국인 투자자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우리의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또 우량공기업들은 이미 해외증시에 상장돼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국제시장에서 검증이 끝난 기업들이다.

따라서 해외외매각 속도보다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최경환 kghwcho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