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은 달러중심사회로 재편될 움직임을 보인 한주였다.

주중 엔화 가치는 1백8~1백9엔으로 떨어졌고 유로화 가치는 1달러 이하선이
유지됐다.

국제금리는 미국금리를 중심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은 일본경제의 향방에 따라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들어 일본경제가 갑자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지난주초 사카이야
다이치 경제기획청 장관이 "지난해 4.4분기에도 상당수준의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발언한 때문이다.

만약에 4.4분기에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올 경우 3.4분기의 마이너스
1.0%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은 경기가 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될 경우 일본경제는 90년대 이후 장기간 침체과정에서 세번째
재둔화(triple-dip) 국면을 맞게 되는 셈이다.

최근 일본경제가 침체기미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가 회복되지 않는데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된 달러당 1백5엔 이하의 엔화 강세도 경기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공공지출을 통해 경기부양을 모색했지만 이제는 그만큼 민간
부문이 위축되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 때문에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나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있는 민간소비가 회복돼야
한다.

다른 하나는 현재 GDP의 1백28%에 이를 만큼 부채함정(debt trap)에 걸린
공공부문이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개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이다.

앞으로 일본경제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제로금리정책
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여지가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일간의
금리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당초 금년 하반기에 예상됐던 1백10엔 이상의 엔화 약세국면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경우 최근과 같은 국제통화질서에서는 반사적인 측면에서 외국자금이
아시아를 비롯한 개도국으로 많이 유입됐다.

이 과정에서 개도국 주가는 상승돼 경제거품화를 초래하고 통화가치는
경제여건에 비해 고평가되는 것이 관례이다.

이럴 때 개도국들은 거시경제운영상에 있어서 균형감이 갑자기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

특히 무역수지가 단기간에 급속하게 악화되는 것이 현안으로 대두된다.

동시에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제투기자금들에게 좋은 투기처를 제공할
소지가 높아진다.

아직도 일시적이냐 기조적이냐 하는 점에 있어서는 논란이 있으나 이미
우리의 경우 1월 들어 무역수지가 4억달러 적자로 반전됐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주까지 적자규모가 13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특히 4월에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외환당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한 외환정책이 요구된다.

즉 과도기적인 단계에서 우리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투기적인 외자유입으로
원화가 절상되는 것은 외환당국이 시장조성적인 기능을 발휘해 방어해줘야
한다.

물론 이같은 견해에 대해 시장론자들은 97년 하반기 이후 어설픈 시장개입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사례를 들어 반대할지 모른다.

하지만 환율이 시장에 맡겨져 결정되는 것은 외환수급이 우리의 정상적인
경제여건을 반영할 때에 가능하다.

혹시 그런 일은 없겠지만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만의 하나라도 현 경제팀이
저금리 유지를 위해 누적된 인플레 요인을 원화 절상을 통해 흡수하려고
한다면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