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무인 같은 인상을 준다.

투박함이 물씬 풍긴다.

일본의 프로레슬러와 닮았다고 해서 "이노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허허허..." 웃는 너털웃음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의 일상생활도 상당히 소박하다는 평이다.

그는 사람들과 만나면 <>히말라야를 등반했던 일 <>동남아를 배낭여행했던
일 <>군대에서 담배배웠던(지금은 피지않는다)얘기 <>수학이야기 등으로
화제꽃을 피운다.

골프얘기가 나올라치면 "골프를 못해 (생활에)도움되는 점도 많습니다"며
웃는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그는 튀는 발언과 행동을 좀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가 지난주엔 새로운 면모를 보였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서 지난 10일 콜금리를 연4.75%에서 5%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은 금리인상을 꺼려했지만 장단기 금리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단안을 내렸던 것이다.

한은 직원들은 "모처럼 한은의 위상을 과시했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선 그가 "한국의 앨런 그린스펀(미국 FRB의장)"이 되길 희망했다.

전 총재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특유의 "허허허...".

그러나 너털웃음의 한켠에선 꾹꾹 찍어 눌렀던 "속상함"도 배어나왔다.

그는 10일 가진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연장자 금도론"을 폈다.

그는 정부 당국자들이 금리문제를 자주 거론하며 한은을 곤경에 빠뜨린데
대해 "나이를 한살이라도 더 먹은 제가 참아야죠"라며 받아넘겼다.

중앙은행의 위약함을 꼬집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한국에는 중앙은행이
몇개 있는 모양이죠"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남이 뭐라고 하든 한은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금리정책을 끌고 가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는 당분간 콜금리를 추가 인상할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물가상승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추라고 콜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변수는 총선거다.

선거때마다 돈이 대량으로 풀렸다.

금리인상이 쉽지 않았다.

전 총재가 정치바람을 이겨낼 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