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사흘간 인터넷 기업들이 잇따라 해킹당한 사건은 미국식
신경제의 취약한 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컴퓨터 및 인터넷 산업의 발달->노동생산성 향상->
저인플레속 고성장->증시활황->기업 금융비용 절감->컴퓨터 및 인터넷
산업의 발달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제시해왔다.

일반인들도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증시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선순환 고리안에 "해킹"이라는 무시못할 해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더구나 이 고리는 조잡한 해킹기술을 견뎌낼만한 내성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미 언론들은 해커를 비난하기보다는 정부가 내세우는 인터넷 산업을
기반으로 한 신경제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느냐는 우려를 제기하는 방향
으로 논조를 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해킹 자체가 아닌 듯하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터넷 신경제로 넘어가는 데는 해킹보다 더 크고
근본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젊은층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반 인터넷 상업주의" 정서를
꼽을 수 있다.

요즘 컴퓨터를 배우는 젊은이들은 비즈니스쪽에 일찍 눈을 뜬다.

그러나 개중에는 "정보공유"와 "인터넷 공간의 비상업화" 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부류도 많다.

이같은 성향의 젊은이들이 "데프콘"이라는 전세계 규모의 해커 모임을
매년 갖고 있는데 작년에는 라스베이거스에 2천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지난 93년 첫 모임때 3백명이 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해커수가 얼마나 빨리
늘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들은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전자상거래 시장을 교란시킬 능력(?)이
있는 계층이다.

젊은이들뿐만이 아니다.

장년층에서도 반 인터넷 정서가 확산중이다.

신생 전자상거래 업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기존 유통업자들에게 인터넷은
괴물(?) 같은 존재다.

지난 1월말 미국 자동차대리점협회가 자동차의 인터넷 직판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면 로비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은 이들의 심정이
어떤지 잘 보여준다.

이들 역시 여차하면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 운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계층이다.

이같은 반 인터넷 정서를 해소하지 않는한 제2,제3의 대형 해킹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박수진 국제부 기자 parksj@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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