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소매업계의 성공신화 ''료힝케이카쿠'' ]

일본의 대형 슈퍼마켓체인의 하나인 세이유(Seiyu)가 1980년에 설립한
무상표 소매체인 료힝게이카쿠는 80년대 이후 일본 소매업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미 외형 약 9백30억엔의 어엿한 상장회사로 성장한 이 회사는 일본에서만
2백50개 이상의 무지루시 료힝 점포를 거느리고 있으며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또한 이 회사는 무지(Muji)라는 이름의 점포를 영국에 14개, 프랑스에 2개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도 차츰 기반을 넓혀 가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맞은 바 있는 아시아에서는 큰 재미를 못 보고 1998년에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모두 철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료힝게이카쿠가 다른 소매상들처럼 여러 단계의 중간상들
을 통해 상품을 구입하지 않고 스스로 조달한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궁극적
으로는 해외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경험과 강점을 바탕으로 료힝게이카쿠는 지난해9월 미국에 현지법인
을 설립하고 크리스마스시즌을 겨냥해 임시로 무지 온라인(Muji Online)
이라는 온라인 쇼핑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미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땅고르기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국에 진출한 일본의 소매기업은 아주 드물다.

그것은 상품구매같은 소매경영의 노하우면에서 미국이 일본보다 훨씬
앞서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욕에 있는 다카시야 백화점처럼 미국에 있는 몇몇 일본 소매점포는
주로 현지의 일본인들이나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소매업의 이러한 자랑스럽지 못한 전통을 깨려는 료힝게이카쿠의
첫 시도는 그 결과가 형편없었다.

즉 이 회사는 웹사이트를 통한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의 판매목표를 매우
낮게 3천만엔으로 잡았는데 실제판매는 6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회사는 상품구색의 미비를 실패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즉 일본의 무지루시 료힝점포에서는 수백 가지의 옷을 포함하여 4천1백가지
이상의 품목을 파는데 비해 미국의 웹사이트를 통해서 소비자들이 살 수 있는
품목은 주로 학용품 자명종 등 뿐이었으며 그 종류도 1백11개밖에 안됐다.

또 이 회사의 어떤 경영자는 점포망과 전자상거래가 결합하면 시너지효과가
생기는데 이 경우에는 그 중의 하나가 없었던 것도 낮은 판매의 한
원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첫 실험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료힝게이카쿠가 미국시장
진출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회사는 당분간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점포망을 늘리는데 힘을 기울일
예정 이며 미국에서의 경험을 거울삼아 아시아에서 곧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할 것 으로 알려져 있다.

유필화 <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