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욱 < 한화증권 사장 ywchin@hws.co.kr >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 "텍사스"라는 꼬리표가 붙은 지명이 몇군데
있어왔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 대도시에도 그 지역의 규모에 걸맞게(?)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지역이 있다고 한다.

다름아닌 매매춘이 공공연히 자행되는 윤락가를 이르는 말이다.

이들 지역이 정부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요즘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한다.

만시지탄의 감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왜 이들 지역이 "텍사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누가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이들 지역은 이제까지 법과 질서가 깡그리 무시되고 오로지 물리적
힘만이 통용되는 가히 "무법천지"였는지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이 지역이 우리나라에 소개됐던 미국 서부 활극의 주무대인
서부개척시대의 텍사스를 방불케 했을 것이며 그런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설명이 통설로 자리잡고 있는 듯 싶다.

서부개척시대의 미국 텍사스가 실제로 그런 무법천지였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는 오늘날까지 텍사스가
우리나라에 그런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텍사스주는 정치.경제 모든 면에서 미국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주
가운데 하나다.

20세기들어 유전 개발과 함께 석유화학산업의 메카역할을 해왔으며 최근엔
반도체.정보통신.생명공학 등 첨단산업의 중심지로서 우리나라도 많은 투자를
해 오고 있다.

또한 조지 부시 주지사가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등 정치적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정부당국과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우리나라에서 "텍사스"라는 지명이
점차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년전 "터키탕"이라는 이름이 잘못 붙여진 것이라고 강력히 항의
하던 터키 여성대사의 해프닝이 되풀이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