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은의 시각차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는 것
같다.

"적정 금리"에 대한 논란은 굳이 한은과 정부가 아니더라도 전문가들
사이에 매우 뜨거운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핵심적인 경제이슈임이 분명하다.

6%선의 성장률과 3% 이상의 물가상승률, 그리고 일정한 위험 프리미엄을
계산하면 올해의 장기금리 적정선이 최소한 10%는 되어야한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에선 지금의 금리 수준도 높다며 이를 8%대로 끌어
내려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헌재 재경장관이 "8.5% 내외 수준이 장기금리의 적정선이며 장단기 금리차
역시 단기금리를 올리는 방법이 아니라 장기금리를 인하함으로써 해소하겠다"
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금리인하론이라 하겠다.

반면 한국은행은 지금은 금리를 내릴 때가 아니라 오히려 (단기금리를)
올려야 할 때이며 대우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방만하게 운영해온 금융정책도
긴축기조로 전환할 시점이라고 맞서고 있다.

금리는 정책 목표와 방향에 따라 다양한 접근방법이 가능하다고 하겠지만
한은과 정부가 공개적으로, 그리고 극명하게 견해를 달리하며 대립하고 있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더욱이 법률에 의해 금리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받고 있는 금융통화
위원회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터에 정부가 앞장서서 금리향방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선제적 금리인상론"을 되풀이 해온 한은의 주장도 그렇지만 정부가 내세운
8%대의 장기 금리가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토론의 여지가 없지 않다.

특히 단기금리의 경우 리보가 5.8% 수준, 미국 콜금리가 5.75% 선인데 반해
우리나라 콜금리는 4.8% 수준에 있어 오히려 소폭이나마 낮은 수준이다.

선진국에 비해 장기금리가 3~4% 이상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0%에 달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역시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하겠고 더욱이 10% 이하의 저금리 체제에서 정부가 기회만
있으면 목청을 높이고 있는 채권시장 수요기반 확충 등이 가능할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인위적인 저금리가 자칫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거품만 부풀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금리문제는 보다 신중하고도 시장
지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단기간의 주가상승 만을 염두에 둘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률
달성, 채권 수요기반 확충, 자산간 균형적인 자금배분 등 고려해야할 요소는
충분히 고려하는 보다 종합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