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 네이버컴 사장 haejin@naver.com >

우리 회사가 최근 TV광고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지나쳐버리던 TV광고들이 일제히 눈에 와
박히기 시작한다.

유심히 보니 TV에도 인터넷 광고가 정말 많아졌다.

인기 TV프로그램의 협찬도 거의 반 정도는 인터넷업체고 또 기존의 실물
경제 회사의 광고도 인터넷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기존 업체들의 광고는 둘째치고, 처음 들어보는 업체의 광고들이 전면광고로
커다랗게 실리는 경우가 많다.

지하철 2호선을 타보면 90% 이상이 인터넷 업체 광고들이다.

인터넷 서비스들이 잇따라 생겨나는 상황에서 사람에게 서비스를 알리고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가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다.

기업의 IR를 위한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인터넷 기업들의 주된 투자 자금 마련처가 주식시장인 만큼 광고를 통해
투자가들에게 회사의 브랜드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한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인터넷 기업 광고 비용의 합리적
지출수준 부분이다.

현재 TV 광고를 충당할 만큼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내 인터넷 기업은
없다.

그렇다면 이들의 광고 비용은 다른 기업에서 지원받지 않는다면 투자자들
에게서 받은 투자 비용일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한 비용이 서비스 개발과 향상에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비용에 대부분 흘러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외국 투자회사 사람이 얼마전 이런 얘기를 했다.

"TV방송국 신문사에서 인터넷이 중요하다고 연일 떠들면 사람들은 앞으로
인터넷이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하고 인터넷기업 주식을 산다. 인터넷
기업들은 그 돈을 마케팅 강화를 위해 대부분을 방송국과 신문사에 광고비로
사용한다. 방송국 신문사는 매출이 팍팍 늘어나니 신이 나서 다시 인터넷을
더욱더 홍보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 열기를 통해서 돈버는 사람이 이들이라면 향후 유망 투자 업종
은 인터넷 기업이 아닌, 기존 매체인 방송국과 신문사라는 아이러니가 생기게
된다.

남들이 인터넷 주식을 살 때 방송국 신문사의 주식을 사면 돈을 벌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언론사들의 주식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