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PC는 싫다"

미국의 한 인터넷서비스회사가 학교에 무상으로 PC를 공급하겠다고 나섰지만
학부모들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를 정면으로 거부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회사(ZapMe)가 제공하는 컴퓨터의 인터페이스(사용자환경)에 자사의
광고를 게재할 뿐만 아니라 시장조사를 위한 설문에 학생들을 이용, 개인
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게 학부모들의 반대논리다.

학부모들과 시민단체연합은 지난달 "부모들은 학교를 신뢰하기 때문에 믿고
아이들을 보낸다. 인성을 계발하고 향상시키는 것이 학교의 목적이다.
광고나 마케팅의 실험대상이 되라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은 아니다"
는 요지의 서한을 미국 전역 50개 주정부와 교육위원회에 발송했다.

현재 공짜PC 공급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시민단체는 워싱턴의 커머셜어러트,
일렉트로닉 프런티어 파운데이션, 미디어 교육센터 등 전국적으로 26개에
달한다.

이에 대해 잽미의 최고경영자(CEO)인 릭 이나톰은 "비록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와 함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교육 기자재도 함께
공급하고 있다.

요즘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더라도 광고 없는 곳은 찾아보기 힘든게
현실 아닌가"라며 이러한 반대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현재 잽미사의 컴퓨터는 미국내 1천4백개 사립 및 공립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공급돼 있다.

컴퓨터 외에 교육용 소프트웨어나 기타 장비도 함께 제공한다.

이같은 프로그램과 장비를 공급받는 대신 학생들은 잽미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야 한다.

물론 학생들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기 위해선 잽미로부터 개인정보
를 담은 전자ID(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비판자들은 바로 이러한 것이야말로 학생들을 광고와 마케팅의 포로로
만들어 버리는 것과 다름 없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학생들이 주로 어떤 사이트를 찾는지도 잽미는 체크하고 있다고 학부모들
은 주장한다.

"상업적 목적의 벤처회사를 학내 교실에 침투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부적절한
것"이라고 뉴욕대학의 마크 크리스핀 교수(미디어연구부문)는 지적했다.

그는 특히 "광고의 목적과 교육의 목적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
했다.

크리스핀 교수는 이와 함께 잽미가 학생들을 이용해 특정정보를 얻거나
마케팅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도 강력하게 반대했다.

일렉트로닉 프런티어 파운데이션도 "학부모들에게도 공짜 PC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나톰 사장은 "우리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특정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단지 성과 학교코드만 조사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현재까지 수집된 정보를 마케팅에 이용한 적도 없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인터넷회사보다 개인 정보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 밝혔다.

학부모 및 시민단체들은 갈수록 확산되는 웹사이트의 상업화가 교육 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 최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모임도 조직했다.

한 학부모는 "이를 막기 위해선 이제부터라도 선생님이 앞장서 학생들이
상업적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