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북쪽으로 2시간정도 가면 조그만 도시 센다이
에 도착한다.

인구 3백만명인 이 도시는 전형적인 교육도시이다.

일본내 공학분야 3대명문으로 꼽히는 도호쿠대가 단과대별로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 대학에는 단 한명의 한국인 교수가 있다.

유체과학연구소 신병록(41) 교수가 주인공이다.

신 교수는 유체과학연구소의 연구전임교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일본대학에는 대부분 연구교수와 강의교수가 분화돼 있습니다. 대학의
연구기능과 교육기능을 제대로 살리자는 것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신분이나
대우에서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연구와 강의를 함께 맡는 한국대학보다는
시스템에서 한단계 앞서 있죠"

신 교수가 연구하는 분야는 공학분야에서도 가장 어렵다고 하는 유체역학
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공기나 물에도 흐름이 있습니다. 잠수함이 물속에서
고속으로 항진할 때나 로켓이 하늘로 향할 때 진행과 역방향으로 흐름이
작용합니다. 이 반작용을 어떻게 최소화시킬 수 있는가가 유체역학 연구의
핵심 테마입니다"

신 교수는 특히 컴퓨터로 흐름 현상을 해석하기 위한 수치해법과 계산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체역학을 일일이 실험을 통해 분석해 내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분석의 정확도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유동 현상을 대형 전산기 등을 이용해 분석해 내는 것이다.

이를 전산유체역학이라 부르며 신 교수의 전공이기도 하다.

신 교수는 유체역학 기초연구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생각외로 넓다고
말한다.

원자력뿐 아니라 토목.건축, 선박.해양, 기계, 항공, 기상, 환경 등
안쓰이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특히 배나 잠수함을 만든다든지, 인공위성 로켓을 쏘아올릴 때 유체역학
이론은 필수불가결하다.

"액체로켓에 들어가는 터보 펌프 기술은 유체역학의 꽃으로 불립니다.
대표적인 프론티어 기술이기도 하죠. 일본이 인공위성 로켓개발에서 상대적
으로 앞서 있는 것은 유체역학의 탄탄한 기초연구 성과 덕분입니다"

도호쿠대 유체과학연구소에는 신 교수처럼 연구전임교수가 36명에 달한다.

1940년 설립돼 6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 대학에는 이같은 연구소가
10여개 더 있다.

"연구전임교수라고 해서 한가한 틈이 나지 않습니다. 연구과제가 워낙 많을
뿐더러 연구평가시스템도 철저해 대충 넘어가서는 곤란합니다. 밤 10시를
넘어 연구실을 나가기 일쑤죠"

신 교수는 한양대 공대와 연세대 공대 대학원을 나와 1981년 도호쿠대에서
유체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히다치 연구원, 충남대 교수 등을 거쳐 지난 97년부터 도호쿠대 조교수로
지내 왔다.

현재 재일한국과학기술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 센다이=정종태 기자 jtch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